한국에서 먼저 싹이 튼 전작권 전환 연기 주장이 최근 들어 미국 전문가들사이에서도 제기되더니 워싱턴 D.C에서 공개 심포지엄까지 열렸다.
아시아 재단과 맨스필드 재단이 25일 워싱턴 D.C 윌러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공동주최한 `전작권 전환과 한미동맹' 심포지엄은 전작권 전환 하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올들어 일부 전문가들이 기고문이나 강연 등을 통해 오는 2012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시점 연기 주장을 개별적으로 제기했지만, 세미나 형식으로 토론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전작권 문제 공론화가 개시됐지만 아직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예정에 따른 2012년 전작권 전환" 이행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심포지엄이 열린 이날도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하원 군사위에 출석, 전시작전권 전환이 예정된 2012년 초 한미간에 최종적인 인증(certification)훈련을 할 것이라면서 전작권 전환의 예정된 추진을 강조했다.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 시점 연기를 포함한 재검토 제안을 연내 미국 측에 공식 제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미 행정부가 여론의 흐름을 보면서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이 기조발제를 통해 전작권 전환 시점 연기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브루스 벡톨 미 해병참모대 교수,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전작권 전환 연기론자들이 대거 패널로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7년 전작권 전환 합의를 이끌어낸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도 질문자로 참여, 전작권 전환 연기론을 조목조목 반박해 토론회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황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한미간 전작권 전환 합의는 잘못된 전략적 이해를 근거로 각자의 이해를 추구한 잘못된 합의였다"고 규정했다.
황 의원은 "전작권 전환 이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전작권 이행의 전제조건으로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 ▲북한 급변사태의 불확실성 제거 ▲남북한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한 평화협정 체결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를 비롯, 북한의 위협이 현존하고, 북한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황 의원은 한미 합의를 존중해야 하지만, 재검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전작권 전환 재검토 논의는 군사적인 접근보다는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통해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벡톨 교수는 재래식 전력에 의한 북한의 위협이 현존하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한국군이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비할 때까지 전환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핸런 연구원은 2012년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경우 전시에 한미 양국군이 긴밀한 조율을 하기는 하지만 각각 별도의 지휘체계 아래에 놓이게 된다면서 "지휘부를 분할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은 말이 안되며,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로닌 연구원은 전작권 재검토 논의가 내년까지로 미뤄질 경우 정책 현실화가 불가능하다며 연내에 한미 양국 정부차원의 논의가 현실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성환 교수는 "전작권 전환 목표시기인 2012년 4월까지 한국군이 충분한 독자적 작전역량을 갖출 수 있는지 회의적이며, 또 북한이 핵역량을 계속 갖고 있다면 전작권 전환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입장에 반해 박선원 연구원은 "전작권 전환 연기론자들은 북한의 핵역량을 연기의 근거로 제기하는데, 북한 핵무기 대응은 작전지휘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한.미가 어떤 군사적 옵션을 가질지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뒤 한국군 당국에서 미국 측에 전작권 협의를 늦춰야 하지 않느냐고 타진했을때, 미 국방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는 전작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 양국 최고통수권자의 전략적.정치적 판단에 따라 핵우산을 가동 시키는 문제'라고 일축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전작권이 전환돼도 항공작전과 전략적 상륙작전은 미군이 전술적 지휘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한국의 지휘통제를 받는게 아니며, 나아가 양국 합의로 21012년 3월말 최종검토를 거쳐 4월에 `새로운 한미공동방위체제'를 구축하게 돼 있다"며 "군사기술적 문제가 있다면 한국 합참과 주한미군 및 미 국방부가 전문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라고 전작권 전환 문제는 정치적으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초 이날 토론회에는 데릭 미첼 국방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당국자로 참석해 연설하기로 돼 있었으나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인과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토론회에서 미 당국자가 전작권 전환에 대한 입장이나 답변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참석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