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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1-14 03:02
재계 “참여정부 정책 방향 틀렸다”
재계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과 개정 사립학교법 등 일련의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전례 없이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던 경제단체들이 인권위의 권고안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는 등 기류가 심상치 않다.
조건호(趙健鎬)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12일 올해 첫 전경련 회장단회의 결과를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면서 “인권위의 NAP 권고안이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그간 정치적 고려 때문에 재계가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경제단체가 긴밀히 협의해 대응하겠다”고 회장단의 우려를 전했다.
그는 4일 경제계 신년 모임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재계에 우는소리 좀 해야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친(親)기업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배우선 정책을 펴려는 것이라면 방향이 틀린 것”이라고 듣기에 따라서는 ‘불경’에 가까운 발언도 했다.
지켜보던 전경련 직원들은 “듣고 있던 우리도 깜짝 놀라 가슴이 떨렸다”며 “전경련 창립 이후 가장 강력한 대(對)정부 발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도 인권위의 권고안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라며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헌정질서에 도전하는 조치”라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전경련의 한 간부는 “예전에는 짧은 성명이나 보고서를 반복적으로 내 정부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는 게 고작이었다”며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밀어붙인 대규모 사업 맞교환(빅딜) 때도 이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계가 전례 없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정부, 정치권, 사회 일각의 진보주의 편향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제 문제가 아닌 국가보안법, 사학법, 공무원 정치 참여 등 이념적 사안에까지 ‘체제 수호’를 거론하며 반발한 것은 “선을 넘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배(金榮培) 경총 부회장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제 문제까지 인권이라는 잣대로 보려고 하면 (이것은) ‘평등주의’를 하자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며 “이번 인권위의 권고안은 분명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현 정부는 정권 초기보다 이념적 보폭이 크고 한편으로 치우쳐 있다”며 “그간 조용히 지켜봐 왔지만 앞으로는 경제5단체가 긴밀히 협조하면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안에 따라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거나 단체 간 주도권 다툼을 벌여 왔던 경제단체들이 공동 대응을 천명한 것은 재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 경영이 투명해져 예전처럼 정부가 세무조사 등을 통해 기업을 손볼 수 없다는 점도 재계의 강한 반발이 가능한 배경 중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