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한 인권 상황을 지난해 ‘열악하다(poor)’고 표현한 데서 한층 비난 강도를 높여 ‘여전히 개탄스럽다(deplorable)’고 표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1일 전 세계 194개 국가를 대상으로 각국의 인권상황을 조사한 2009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북한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절대적 통치하에 있는 독재국가”로 규정한 뒤, 무단처형과 고문, 강제낙태 등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했다.
이 보고서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인권보고서가 북한을 ‘세계 10대 최악 인권 침해국’으로 분류하며 북한을 제일 먼저 언급한 것과 달리, 동아시아 인권 상황을 소개하면서 알파벳 순서에 따라 북한을 11번째로 기술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 정권은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부인하면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주민의 삶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며 “사법 절차를 무시한 처형과 실종, 자의적 구금, 정치범 수감이 지속되고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여성 수감자들이 강제 낙태를 당하고 있으며, 감옥에서 출생한 아기도 살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사실상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고 독립적 언론은 없으며 고위 관계자와 일부 엘리트에게만 인터넷 접속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진정한 종교의 자유도 없으며, 대중매체나 학교, 노동자 기구나 지역 기구들을 통한 조직적 세뇌도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고서 본문은 총 7개의 섹션(section)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고문 관련된 내용은 섹션1-c.('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f Punishment')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는 북한 형법이 고문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금지시키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고문 방법으로는 심한 구타, 전기 충격 등이 있으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옷 벗기기, 제대로 서거나 누울 수 없을 만큼 좁은 '감방(형벌방, punishment cells)'에 장기간 감금시키기, 손이 묶인 채로 쓰러질 때까지 앉고 서는 것을 반복시키기 등도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여성들은 갓 태어난 자녀가 살해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해야 하는 고문도 당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상당수의 수감자들이 사망했다고 보고서는 말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구체적인 인권 침해 사례를 열거하면서 지난해 6월에는 소형 선박을 이용해 남한으로 가려던 주민 3명을 북한 해군이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이 밖에 보안기관인 인민보안성이 인력 14만 4천 명을 동원해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 등을 조사하고 있고, 정부 기관의 모든 직급에서 수많은 뇌물 관련 사례가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신매매 실태와 관련해서는 중국으로의 인신매매가 계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있다며 “일부 추정에 따르면 북한 밖에 사는 북한 주민의 80% 이상이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우려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보고서는 2008 워싱턴 포스트(2008 Washington Post)에 실린 신동혁 씨 관련 기사를 인용했다. 신 씨는 평안도 개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나 22년간 수감되어 있던 탈북자다. 그는 수용소에서는 폭행과 고문이 흔한 일이며 자신도 천장에 매달려 숯불 위에서 불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현황(출처: 동아일보)ⓒkonas.net | |
다른 사례로는 북한인권정보센터의 2009 북한인권백서를 인용하면서 여성 수감자들이 강제 낙태를 당하고 있으며, 수용소 관리인들은 영아를 살해하거나 죽게 내버려 두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노동단련대에서 행해지는 노동교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교화 내용은 벌목, 채광, 농작물 관리 등의 육체적 노동과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를 암기하는 재학습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에는 노동단련대와 정치범 수용소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교도소와 수용소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수감자들은 옷을 한 번도 갈아입지 못할 만큼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며, 가족들로부터 받은 식량마저 관리자들이 탈취하고 있어 수감자들에 대한 식량 및 의료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열악한 내부 환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끝으로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수용소나 교도소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했다.
마이크 포스너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담당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핵문제를 포함해 북한에 대해 우려하는 점이 많지만, 이 보고서는 인권상황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포스너 차관보는 “북한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폐쇄된 사회로, 반대를 조금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많은 수감자들이 매우 열악한 시설에 구금돼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사회 중 하나로 이런 열악한 상황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