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주실적 쌓아야 향후 해외수출 유리"… 적자 감수하고 입찰 나서
신울진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시공사 선정이 있던 15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옆 대화빌딩 5층. 이번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직원 70여명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일부는 실시간으로 본사에 개찰 상황을 휴대전화로 보고했다. 예정시간을 2시간이나 넘긴 오후 8시 무렵, 1조909억원을 써낸 현대건설 컨소시엄으로 최종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성과 탄식이 교차했다.탈락한 건설사 직원들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입찰 과정에서 전산시스템 고장으로 전자입찰 방식이 현장입찰로 바뀐 데 대한 불만이었다. 이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경쟁사의 가격 차이는 1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1조원이 넘는 공사에 1억원 차이로 갈린 것은 드문 일"이라며 "막판까지 경합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수주 위해 치열한 가격 경쟁
신울진 원전 1·2호기 입찰은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4월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모두 9차례나 유찰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유는 건설사들이 기준보다 너무 낮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예상 사업비가 1조4000억원인데, 9000억원을 써낸 회사들도 있었다"며 "가격이 너무 낮으면 안정성 등 시공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유찰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은 가격과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됐다. 특정 공정 공사비를 너무 낮게 써 내는 것도 감점 사유가 된다.
- ▲ 한국 신형 원전(APR 1400)이 처음 도입되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현장 의 모습. 현대건설은 신고리 원전에 이어 지난 15일 신울진 원전 1·2호기 시공사로 도 선정돼 세계 원전 시장 진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KB투자증권 허문욱 연구원은 "원전 시공사 선정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가 시공 경험"이라며 "한국 신형 원전을 국내에서 시공한 경험이 있는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별도 조직 꾸리고 해외시장 공략
현재 원전 수주전에서 가장 앞선 곳은 현대건설. 한국 신형 원전이 채택된 신고리 3·4호기와 신울진 1·2호기 모두를 수주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원전사업팀을 사업본부로 승격시키는 등 향후 원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초기에는 연구용 원전을 집중 공략해 점차 상용 원자력발전소 수주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외에서 원전 사업 발주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만큼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외국 업체들과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과거 전성기 때 원전 주관사로 참여한 경력이 있는 동아건설도 지난달 다시 원전 사업 재개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