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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내는 이자만 74억 원으로 전체 국가부채(366조 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빚을 진 ‘부채 공룡’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토지와 주택 등 30조 원어치의 보유자산을 파격적으로 싼값에 팔아 부채를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세종시 혁신도시 등 각종 국책사업을 수행하느라 짊어진 빚이 또다시 빚을 부르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돈이 될 만한 자산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현금화해 부채의 절대액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국가부채’의 핵심인 공기업 부채를 줄이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빚이 많은 다른 공기업들에 대해서도 4월 말까지 부채감축 방안을 제출 받을 계획이다.
10일 국토해양부와 LH에 따르면 LH는 올해 전국에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재고자산을 정밀 조사한 뒤 이 중 약 30조 원어치를 시세보다 싸게 팔아 20조 원 이상의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주요 매각 대상 토지로는 경기 화성 동탄2지구(시가 2조4000억 원)와 파주 운정지구(1조5000억 원), 인천 청라지구(7000억 원)가 검토되고 있다. 또 공사원가 절감과 사업성 개선, 토지보상비 현실화 등을 통해 향후 3년간 10조 원의 부채를 더 줄이기로 했다.
LH 고위 관계자는 “경기 성남시 분당(오리) 본사 및 10개 지역본부의 사옥 매각을 일정보다 앞당겨 시행하고 지역본부에서 일정금액 이상의 자금을 지출할 경우 반드시 본사의 승인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막대한 공기업 부채를 방치할 경우 남유럽 일부 국가가 겪고 있는 재정위기로 번질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공기업들이 재무건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걷는 요금체계를 현실화하거나 유휴재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 10월 정기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채가 많은 공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빚 줄이기에 나섰다. 공기업 가운데 LH 다음으로 자산이 많은 한전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3조5000억 원대인 보유 부동산을 개발해 생기는 수익으로 빚을 갚아나가기로 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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