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야기 나누는 윤증현, 최경환 장관
필리핀, 대통령 친서 들고 찾아와 “한국형 원전 짓고 싶다”
중동 한복판에 한국형 원전건설을 주도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오른쪽)이 정부 관료 중 원전수출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을 제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면서 국격을 제고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UAE 원전'이 사상 최초로 원전 수출을 이끌어낸 최 장관의 인지도를 함께 끌어올린 셈이다.
최 장관은 지난달 23일부터 나흘간 국내 민간 기업인과 정부 실무자 등 5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경제협력 민·관 사절단을 이끌고 직접 이라크를 방문했다. 최 장관은 방문 내내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장갑차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했고 숙소는 그린존내 유일한 호텔에서 머물렀다. 그린존에는 200~300m 간격으로 검문소가 설치될 만큼 경비가 삼엄했다. 최 장관의 객실 창문도 총탄을 맞아 일부는 깨진 상태였다.
코트라(KOTRA) 바그다드KBC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 치안상황은 예전보다는 다소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치안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문에 지난달 중순부터 코트라는 총선 전후로 현지 출장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최 장관 본인도 "사실 이라크 갈 때 '월남 가는 기분'으로 갔다"고 현지 상황을 비유할 만큼 치안은 심각했다.
이같이 긴장감이 감도는 악조건 속에서도 최 장관이 이라크 방문을 강행한 결정적인 배경은 자원·에너지개발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장관이라는 표면상 이유외에 이라크발(發) '정치'가 작용했다.
지경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라크 현 정부는 이달 7일 총선을 앞두고 자국민들에게 일종의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보여줄 목적으로 한국측에 경제협력사절단 방문을 초청했다. 특히 사절단 대표로 최경환 장관을 거명하며 직접 참석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경제협력 사절단 구성은 지난해 2월 양국간 체결한 경제·에너지협력MOU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경제협력사업 추진에 공감대를 이룬 결과물이지만 시기적으로 판단할 때 다른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라크 정부는 최경환 장관을 국빈급 대접했다.
한국측 사절단이 도착하자마자 말리키 총리가 샤리스타니 석유부장관, 하리리 산업광물부장관, 사피 무역부장관, 새미 투자청장관 등 7개 부처 장관을 모두 대동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후 양국 실무자간 회담을 마치고 또 기자회견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현지에서 TV생중계 됐다.
이와 관련, 최 장관은 "누가 공격할지 몰라 위험한 곳이었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민간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우리가 간 이유는 이라크가 3·7 총선을 앞두고 말리키 총리 재집권을 통해 국정을 안정화해야 하는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안정과 재건이란 선거전략"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필리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필리핀 마크 코주앙코 국회의원으로부터 아로요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지경부에 따르면 아로요 대통령이 보낸 친서에는 한국형 원전 건설 의향을 밝힌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필리핀 정부는 한국전력이 국제 공개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기자재에 대한 매입의사와 함께 이 기자재를 활용한 한국형 원전(1000㎿ 2기) 건설 계획을 서신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장관은 "필리핀에서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친서를 들고와 KEDO기자재 입찰시 (기자재를)사서 가능하면 한국 원전을 도입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원전을 짓겠다고 전해왔다"며 "친서는 청와대에 전달할 테니 책임 있는 필리핀 당국자를 보내라고 요청했다. 국회의원들이 방한한 것은 자기 지역구에 원전을 유치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최 장관은 또 이에 앞서 미국 버치 오터 아이다호 주지사로부터 한국형 원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편지를 건네받았다.
당시 오터 주지사는 편지를 통해 주(州)내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사실을 거론하며 현재 한국전력과 AEHI(Alternate Energy Holdings)의 원전수출 협상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장관은 서신을 통해 한국 원전이 수출될 경우 정부차원에서 지원할 뜻을 비췄다.
이처럼 각국에서 서한이나 방문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 장관은 '원전 효과'가 자신에게만 쏠린 것에 대해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지경부 또 다른 관계자는 "원전 수출은 대통령 작품이나 다름없지 않냐"며 "장관은 원전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워 할 정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