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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지금 때가 아니다” 서둘러 진화 (동아닷컴)
글쓴이 정용관기자 등록일 2010-03-03
출처 동아닷컴 조회수 1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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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때가 아니다” 서둘러 진화

 

 

이명박 대통령이 2일 “현재 세종시 국민투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힘에 따라 불이 붙는 듯했던 국민투표 정국에 제동이 걸렸다. 이 대통령은 최근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릴레이 의원총회 결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시간을 갖고 당론 수렴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국민투표론 진화 배경


이번 국민투표 논란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의 사적 모임에서 나온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중대결단’ 발언에서 촉발됐다. 이후 청와대 내는 물론이고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금 국민투표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다”는 의견이 비등했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민주당 등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청와대 참모진이 여러 해법의 하나로 국민투표 방안을 점검한 것은 사실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국민투표론을 제기했던 것도 청와대 내의 이런 기류를 읽고 여론을 떠보려는 의도였다. 다만 국민투표 실행을 염두에 두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기할지, 캠페인을 어떻게 할지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검토하지는 않았다는 게 청와대 참모진의 얘기다.



이 대통령이 국민투표 자체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는 분명치 않다. 일부 언론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정운찬 국무총리의 주례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지방선거 전 국민투표’ 방안을 언급했다고 보도했으나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 부인했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놓고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미묘하게 엇갈리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무라인 고위 관계자는 “너무 위험한 카드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자체에 부정적인 쪽이다. 정책라인 고위 관계자는 “임신 중에 할 일이 따로 있고 출산 뒤에 할 일이 따로 있지 않느냐”고 비유했다.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반면 홍보라인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목검 들고 하다가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 아니다”고 했다. 상황이 지지부진하면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하며 이를 위한 준비를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금이 국민투표 문제를 이슈화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데는 참모진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특히 지방선거 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청와대의 일반적인 기류다.

○ 국민투표는 꺼지지 않은 휴화산



이 대통령은 이번 주 가동될 한나라당 중진협의체의 논의를 지켜보자는 태도다. 지난주 한나라당 의총을 지켜본 이 대통령은 ‘제 기능을 못하는 대의정치 현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며칠 동안 연속 토론을 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도 (국민투표)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참모들을 ‘질책’한 것은 ‘중대결단’ 발언의 진의는 차치하고 한나라당의 향후 논의를 맥 빠지게 할 수 있는 언급을 자제하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종시 문제에 관한 여권 내 논의는 일단 한나라당으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특히 중진협의체가 세종시 수정안의 ‘내용’이 됐건 ‘절차’가 됐건 당론 결집을 위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권 핵심부는 6월 지방선거 준비 및 당내 경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이달 말까지는 당론을 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이 안 맞아도 토론을 해서 결론이 나면 따라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 이 대통령은 당내 논의 과정을 유연하게 지켜볼 생각이라고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전했다.

미리 가정할 순 없지만 중진협의체가 일부 정부 부처의 이전을 포함하는 절충안을 도출할 경우 이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청와대는 일부 정부 부처를 이전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중진협의체의 논의 과정 및 친박계의 태도에 따라 이 대통령이 수정안의 내용 변경을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승복’은 친박계에 던진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세종시 수정을 지지하는 쪽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진협의체가 극적인 절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친박계가 끝끝내 원안 고수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도 ‘강공(强攻)’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국민투표 카드가 ‘휴화산’으로 남겨진 것이라는 분석은 그런 맥락에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