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사에 담긴 MB의 속마음은…
남북 정상회담 침묵… 대화 상대 인정 않은채 만나봐야 의미 없어
日과거사 언급 안해…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日행보 지켜보겠단 의미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진정한 남북 대화를 위해선 북한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는 점을 단도직입적으로 촉구했다. 연설문 중 북한에 관한 문장이 모두 4문장인데, 4문장 모두 '북한이 ~해야 한다'는 대북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남한을 단지 경제 협력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그 생각을 바꿔야 한다' '먼저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되어야 하며 남북간의 여러 현안을 진지한 대화로 풀어야 한다' '그랜드 바겐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행동으로 국제사회에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등이다.북한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촉구한 이번 메시지는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북측에 대화를 갈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관계자에게 이번 연설문에 담긴 몇 가지 코드(암호) 풀이를 청했다.
- ▲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1일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9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영일 광복회장, 김 여사, 이 대통령,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은 아직도 6자회담과 관련해 미국과만 추가 접촉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또 북한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얘기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정치든 경제든 모든 걸 남북이 협의해서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남한을 완전한 대화 파트너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핵문제를 남한과 얘기할 조짐이 보이는가.
"아직 그런 동향은 안 보인다. 지금까지 나타난 북한의 행태를 보면 (남한으로부터는) 물자와 경제 지원 등 얻어갈 것만 얻어가고 중요한 정치문제는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다. 북한은 여전히 과거 스타일에 매여 있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촉구하지 않은 이유는?
"과거에 여러 차례 하지 않았나. 북한이 남한을 완전한 대화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북한이 6자회담에 조만간 나올 가능성은?
"(북한은) 아직까지 나오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 평화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한 의미는?
"북한이 자꾸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사격을 하고 그랬는데,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북 실무회담이 2일 열리는데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남북관계는 작년보다는 전체적으로 흐름이 나아지고 있으나 북한이 (한쪽에서는 도발하고 한쪽에서는 대화하는) 혼란스런 신호(mixed signal)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은 진행 중인 게 있나.
"그런 접촉은 지금 없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그런 언급을 할 수 있는) 여러 계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스스로 역사를 직시한다고 했으니까 한·일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라는 뜻이다. 우리는 일본이 어떻게 하는지 일단 지켜보면서 무엇을 '해라' '마라' '사과하라' 자꾸 그렇게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에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
"이번 회의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금융문제도 다루겠지만 개발도상국가 지원 등 G20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172개 국가들에 뭔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