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교준 홍제성 특파원 = 북한이 6자회담에서 “비핵화와 더불어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의제화해 50대 50으로 균등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한 소식통은 “지난 9∼13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중 협의에서 북한이 그 같은 입장을 내놓았으며 조건이 수용되면 6자회담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북측은 대북 제재 해제요구와 관련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6자회담 재개후 논의 과정에서 푸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그간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해왔다는 점과 비교해 볼 때 약간의 태도변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평화협정 체결의 의제화는 6자회담 내에서 사실상 당사국인 남-북-미-중 또는 북-미-중 회담을 별도로 개최하자는 것이어서 한.미 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면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와 관련,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는 23∼25일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과 각각 만나 북.중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중재 차원에서 “비핵화의 진전을 어느 정도까지로 판단하는지”에 대해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측은 한.미 양국의 입장을 전달받아 이를 북한에 전하고 다시 북.중 협의를 벌여 평화협정.비핵화 동시 의제화 주장과 관련해 북한과 한.미 간의 절충점을 찾는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25일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한을 통한 양국간 협의에 이어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2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간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이와 관련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북한은 핵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한 2008년 12월 제6차 6자회담 이후 다음 절차인 핵프로그램 검증의정서 채택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활동 수용을 미루고 있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추가로 플루토늄을 추출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수준과 관련, 적어도 북한이 2008년 12월 이전 수준으로 복귀해 그보다 ’진전된’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미 장관급 회담 이후 양국의 ’입장’이 중국 또는 미국의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으로 전달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6자회담 재개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미국이 입장을 정리하면 이와 관련한 논의 차원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미를 통한 제2차 북미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김 부상의 방미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카드’로 활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보즈워스 미 특별대표도 방중기간인 지난 24일 우다웨이 특별대표와의 면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모두가 최대한 빨리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북핵 6자회담을 재개시키기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일단 의장국인 중국의 중재로 북.중 회담에 이어, 한.중 그리고 미.중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보고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kjihn@yna.co.kr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