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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승훈이와 나들이 약속했어요… 남들이 알아보나 보려고요” (동아닷컴)
글쓴이 김동욱기자 등록일 2010-02-19
출처 동아닷컴 조회수 1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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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훈이와 나들이 약속했어요…



남들이 알아보나 보려고요”

 

입력 | 2010-02-19 03:00:00

 

■ 모태범 ‘톡톡 튄’ 인터뷰

 



“우리 둘다 챔피언”
‘모터범’ 모태범(왼쪽)은 빙판에서는 진지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개성 넘치는 신세대가 된다. 18일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은메달을 딴 모태범이 태극기를 등에 두른 채 금메달을 차지한 샤니 데이비스(미국)와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밴쿠버=AP 연합뉴스

“마지막조 데이비스가 뛸때 한번쯤 실수해주면 안되나 생각했죠
아직 눈물 안흘렸지만 1500m도 메달 따면 무릎 꿇고 울거예요
상화와 사귄다고요? 상화가 아깝죠, 그런 얘기 상화가 싫어해요”

모태범(21·한국체대)은 스피드광이다. 취미는 스포츠카 드라이브다. 그의 행동은 거침이 없다. 18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2위를 확정짓고 인터뷰 룸에서 취재진이 박수를 치자 ‘캬’라는 소리를 내면서 자신도 손뼉을 쳤다. 현장에서 열리는 꽃다발 세리머니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시상대에 올라섰다. 전날 열린 500m 금메달 시상식에서는 애국가가 흐르자 리듬에 맞춰 약간씩 몸을 흔들기도 했다. 빙판 위에서는 철저한 모범생, 빙판 밖에서는 개성 강한 신세대였다.

남자 1000m 16조에 속한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중간순위 1위를 기록했다. 17, 18조 선수의 기록은 그보다 늦었다. 최소 동메달 확보였다. 마지막 19조에는 지난 올림픽 우승자인 샤니 데이비스(미국)와 문준(성남시청)이 있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 들어갔어요. 속으로 ‘조금만 더 늦게 가주면 안 될까’, ‘한 번쯤 실수해 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공식 인터뷰에서 데이비스의 레이스를 지켜보던 심정을 너무나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보통 메달리스트들은 올림픽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잠을 푹 자겠다’거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을 말한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은메달을 딴 이승훈(한국체대)과 함께 서울에 가서 남들이 혹시 알아보나 걸어 다녀 보기로 했어요. 진짜로 사람들이 알아보는지 확인해 보게요, 하하.”

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은 또 있다. 보통 메달을 딴 선수들은 시상대 위에서 그동안 고된 훈련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그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는 눈물을 아껴두고 있었다.

“금메달, 은메달을 땄으니 이제 1500m에서 동메달까지 따면 그때는 진짜 울 거예요. 그것도 무릎을 꿇고 울 겁니다.”

자신을 꾸미는 데도 신경 쓴다. 16일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그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머리 스타일이었다. 취재진이 질문을 퍼붓는 와중에도 그의 오른손은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그의 왼쪽 귀에는 나이키 로고로 만들어진 귀걸이가 걸려 있었다.

“신기해 보여서 샀어요. 남들이 협찬을 받은 거냐고 물어보는데 직접 맞춘 것이에요. 큐빅이 박힌 귀걸이도 있었지만 이게 더 신기해 보여서 샀어요.”

모태범은 금메달을 딴 다음 날 얼굴이 퉁퉁 부었다. 축하 전화를 받느라 잠을 잘 못 잤을 법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였다. “저 하나도 자지 못했어요. 너무 기쁘니깐 잠이 오지 않아요.”

인터뷰가 끝나가는 무렵에 요즘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여자 500m 우승자 이상화(한국체대)와 사귀느냐고 묻자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휴. 아니에요. 상화가 아깝죠. 그런 얘기 들으면 상화가 진짜 싫어해요.”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