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난다고 백악관이 11일 공식 발표했다. 중국은 백악관 발표 직후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면담을 즉각 취소하라”고 강력히 반발해 미중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면담 일정을 공개하면서 “달라이 라마는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종교지도자이자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흥미롭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기를 진정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면담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가 아닌 백악관의 맵 룸(Map Room)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감안한 결정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해 결정했으며 과거 미국 대통령이 오벌 오피스에서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맵 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시 전황을 지도를 통해 살핀 상황실이라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웨스트윙 상황실(Situation Room)로 불리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이 중국에 극도로 예민한 문제인 점을 고려해 미국 내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이뤄진 중국 방문 이후로 면담시기를 늦춰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중국과의 무역마찰이 고조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과 함께 위안화 절상 압박 등 중국과의 긴장관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미 국채를 7764억 달러어치나 갖고 있는 최대의 달러 보유국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바로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미국은 달라이 라마의 반 중국, 국가분열 행위를 위해 어떤 장소와 편의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티베트의 안정을 훼손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중단해 중-미 관계가 더는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중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다른 분야에서 미국에 보복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핵실험을 감행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추구하는 미국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달라이 라마는 17일부터 24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캘리포니아 주와 플로리다 주에서 법회를 가진다고 티베트 망명정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