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 배석 안해..‘6자’ 원론적 입장만 확인?
中 대북투자 등 협력 방안 집중 논의된듯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일 평앙을 방문한 중국 공산당의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관심이 모아진다.김 위원장과 왕 부장은 면담에 이어 만찬까지 함께 한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이 전해, 상당히 장시간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자리에서는 우선 전통적인 북중간 협력 및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면담과 만찬석상에 ‘당대당 외교’ 등 중국과 정치적 협력을 총괄하는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이 배석했고, 오랜 기간 당 국제부 부부장을 지내 ‘중국통’으로 알려진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도 함께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 추론이 가능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특히 화폐개혁과 시장폐쇄 조치의 ‘후폭풍’으로 내부 혼란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중국 측의 경제.정치적 도움이 절실했다고 봐야 한다.
작년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전통적 친선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한 중국에게도 접경국인 북한의 안정은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의 이희옥 교수는 “최근의 미중 관계 악화는 회복되고 있는 북중 관계를 더 공고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아울러 북한문제의 해법에서 북중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파’가 우위를 점하고 ,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도 북한안정론쪽으로 정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배석한 김양건 부장이 북한의 대외 투자유치 창구로 떠오른 ‘조선대풍투자그룹’의 이사장도 겸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북한이 중국 측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끊임없이 제기돼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문제가 거론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무게가 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외부의 시선이 쏠려 있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의 대미외교와 핵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면담에 배석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작년 1월 왕 부장이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은 강석주를 면담에 배석시켰고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원치 않으며, 중국과 함께 협조와 조화를 이뤄 6자회담을 부단히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발언까지 내놨다.
사실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회담의 선행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번에 6자회담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연히 나왔어야 할 강석주를 의도적으로 뺀 것 아니냐는 분석도 그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을 통해 국제적 외교역량을 확장해가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6자 복귀 문제를 완전히 외면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동북아시아 평화와 한반도 안정의 중요성, 비핵화 논의의 시급성 등을 강조하는 톤으로 원론적 입장을 표명하고 북한도 ‘덕담’ 수준의 응답을 하는 모양새로 정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 왕 부장의 방분에서는 북중간 당대당 외교의 일환으로 전통적 협력증진 방안이 중점 논의됐을 것으로 본다”면서 “왕 부장이 6자회담에 대한 중국측 입장을 전달했을 수는 있지만 설사 했더라도 원론적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