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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오바마 “달라이 라마 만날것”… 中 급소 건드려 ‘길들이기’(동아닷컴)
글쓴이 최영해특파원 등록일 2010-02-05
출처 동아닷컴 조회수 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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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달라이 라마 만날것”… 中 급소 건드려 ‘길들이기’

 



오바마의 속셈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작은 사진)를 공식 면담하기로 최종 확정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일 뉴햄프셔 주 내셔아고교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 참석자의 질문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내셔아=AF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2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글 인터넷 검열,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등으로 나빠진 미중 관계는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잇달아 터지는 양국 갈등으로 주요 2개국(G2) 협력 시대를 이끌어 가자던 양국의 다짐이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핵 등 국제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협력 관계에도 균열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 고조되는 양국 갈등

연초부터 불거진 미 상무부의 중국산 철강제품 예비 반덤핑 관세 부과와 구글 e메일 계정 검열 논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방침 천명으로 양국 간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빌 버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뉴햄프셔 주 방문을 수행하던 중 대통령 전용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에게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고 말했다”며 “그렇게 할 작정”이라고 대답했다.

비록 티베트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아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종교 및 문화지도자로서의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고 해명했지만 백악관 측의 이날 발표는 중국 측의 사전 경고를 무시하고 나온 것이다.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 출신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중국은 앞서 통일전선부 주웨이췬(朱維群) 상무부부장의 경고에 이어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이 2일 정례브리핑에서 “당 통전부에서 이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중국은 어떤 외국 지도자도 그를 만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1일 ‘냉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양국관계 악화를 경고했다.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달 ‘인터넷 자유’를 강조한 것과 미국이 대만에 대한 64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결정한 것을 두고 “마치 한 줄기 시베리아 한류처럼 중-미 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 글로벌 공조 차질 우려

이처럼 연초부터 두 나라 간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미중 G2 협력시대’를 열어 가자고 했던 다짐에 균열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특히 중국은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을 맡아와 이번 갈등으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마 대변인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으로 양국관계가 손상을 입게 됐다”며 “앞으로 양국이 교류와 협력을 해야 할 많은 분야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에 공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에도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이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대해 팔짱을 낄 경우 미국으로선 북한을 제어할 수단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북핵뿐만 아니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미 문제와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대테러 협력,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금융질서 재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 등 두 나라가 공조해야 할 사안은 현재 첩첩이 쌓여 있다. 이런 현안들은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난제다. 두 나라는 물론이고 지구촌의 미래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굵직굵직한 사안이 많아 양국 간 공조가 깨지면 두 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른 나라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 전면 대치나 파탄까지는 안 갈 듯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계속되면 양측 모두에 부담이다. 세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듯이 중국 역시 안정적인 성장과 발전을 하기 위해선 미국과 사이가 벌어져서 이득이 될 게 없다.

당장 중국은 미국의 국채 1위 보유국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이 가진 달러화 가치도 떨어져 ‘2인 3각’과 같은 상황이다. 최근 양국 간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두 나라가 본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잘 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양국의 갈등이 전면적인 대치나 파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방중 기간 상하이(上海)에서 가진 대학생과의 연설에서 “앞으로 글로벌 현안은 미중 양국 간 협력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발언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버턴 부대변인도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미국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국 간 갈등이 얼마나 확산될지, 얼마나 지속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을 전후로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달 말 개최될 양국 간 인권대화와 4월로 예정된 후 주석의 방미 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