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野보다 매섭게 鄭총리 공격
세종시 문제에 관한 한 국회의석 분포가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사실이 4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 내 친박 의원들이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친이계 의원들을 고립시켰기 때문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친박계 의원들과 야당의 파상 공세에 확신에 찬 대응을 하면서도, 친박계 의원들이 야당보다 더 매섭게 몰아치고, 의석의 야당 의원들이 "잘한다"며 '추임새'를 넣을 땐 곤혹스러워했다. 국회에 제출될 세종시 수정법안의 험난한 미래를 미리 보는 듯했다.한나라당과 야권은 각각 7명씩 질문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질문자 가운데 친박계가 2명(유정복·이학재 의원) 포함돼 실질적으로는 세종시 원안 고수가 9대5로 다수였다. 신(新)여소야대였다.
이어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며 21일째 단식 중인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가세했다. 휠체어를 탄 그는 힘겨운 목소리였으나 "세종시 총대 총리"라고 정 총리를 몰아붙였다. 양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20여번이나 (원안을 실천한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이 대통령은 거짓말로 충청권 표를 도둑질하신 분이니까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도 지지 않고 "공약을 지키지 못해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는데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맞섰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정 총리가 "시간이 갈수록 충청 민심이 수정안에 긍정적이 되고 있다"고 하자 "후안무치하다. 도대체 누굴 만나는데 민심이 바뀐다고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이학재, 민주당 박주선·정범구·이춘석, 친박연대 김정, 무소속 심대평 의원도 공격을 이어갔다. 심 의원은 "원칙과 철학도 없이 밀어붙여 국론 분열과 국민 갈등을 키운 책임을 우리 모두 통감해야 한다"며 국회 특위구성을 제안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정 총리를 측면 지원했다. 김정권 의원은 "후손에게 물려줄 미래에 관한 문제인데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하자 정 총리는 "자기 정치 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찬반이) 달라져 안타깝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 등을 겨냥한 언급이었다. 임동규·백성운·박상은 의원 등도 수정안을 두둔했고, 김용태 의원은 "세종시 원안은 표를 겨냥한 야합의 산물"이라며 "이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도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누가 누구에게 신뢰를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적만 보면 한나라당은 국회 재적 과반수(149석)를 넘긴 거대 여당(169석)이지만, 50석 가까운 친박계 의원들이 야당 역할을 자임하면 실질적 의석은 과반에서 30석이나 부족한 120석 정도가 된다. 이날 국회 상황은 한나라당이 세종시 문제로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반영한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