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파병은 전쟁만 계속 오래 끌뿐”
“외국의 지원은 아프간 정부의 의존도만 높일뿐”
아프간 미 대사의 비밀 보고서 공개
아프가니스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가 작년 11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적절한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며, 주권적 책임을 계속해서 회피하려 한다”고 미 정부에 보낸 비밀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 비밀 전문을 공개한 뉴욕타임스(NYT)는 작년 12월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 3만여명 증파를 발표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망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어둡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 ▲ 칼 아이켄베리의 비밀 전문 /NYT제공
각각 4쪽과 3쪽짜리인 두 건의 보고서는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미군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을 총괄 지휘하는 스탠리 매크리스탈(McChrystal) 사령관이 저항 세력에 대한 대응책으로 신규 병력을 신속히 투입할 것을 주장한 데 대한 상세한 반박 논리도 포함돼 있다.
아이켄베리 대사 자신도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자 미 육군 중장 출신이다. 아이켄베리는 상당수의 미군 병력을 새로 배치하려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며, 미국에 대한 아프간 정부의 의존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는 11월 6일에 “추가 파병은 아프가니스탄이 독립해 미군 병사들이 이른 시일 내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늦추거나 더 어렵게 하고 심지어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며 “치안 유지와 정부 운영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역할이 커질수록 아프간 정부의 의존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아이켄베리는 이후 언론에 자신과 ‘증파’를 요구하는 매크리스탈과의 알력이 소개되자, 자세한 부연 설명 없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나의 우려가 해소됐으며, 백악관의 추가 파병 계획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NYT에 이 전문 내용이 공개된 시점은 매우 미묘하다. 오는 28일 런던에선 아프가니스탄 치안을 맡고 있는 서방 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 무장테러집단인 탈레반에 대해 어떠한 유화책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보고서의 공개는 미국 대사와 카르자이 정부의 갈등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협력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미 행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중에 공개됐다.
보고서의 사본을 NYT에 전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아이켄베리의 상세한 평가가 보도되는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하다”며 “이는 미군 추가 파병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작성된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말했다.
11월 6일 전문에서 아이켄베리는 “카르자이는 국방, 통치, 경제개발 등 자주 독립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그와 주변의 인물들은 미국이 떠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우리가 더 많은 투자를 하기만을 바랄 것”이라고도 했다. “그들은 우리가 ‘끝나지 않는 테러와의 전쟁’과, 주변지역의 적대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자기들 영토를 탐낸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현지의 분위기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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