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회담서 경제협력 확대 합의
2014년 교역액 300억弗 작년 대비 3배 규모로
산업단지·포스코공장 등 한국기업 전진기지 조성
이명박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25일 오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2004년 맺은 '장기적 협력 동반자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키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관계 격상을 계기로 지난해 122억달러 규모였던 양국 교역액을 2014년까지 300억달러로 늘리는 등 경제·통상 협력을 확대하고, 정치·안보, 과학·기술, 사회·문화 등으로 협력 분야를 넓히기로 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총 31개 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양국 외교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키로 했으며, 방산군수공동위원회를 열어 군사 장비의 생산과 연구개발에서의 공동합작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인도가 수주하려는 공군 기본훈련기에 한국형 KT-1 60대(총 5억달러)의 입찰 참여를 올해 내에 추진키로 했으며 최종 선정은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질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두 정상은 특히 한국 기업들이 인도 원자력발전소 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양국 간 원자력협정 체결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이 "내가 (현대건설 근무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을 책임지고 건설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자신한다"고 하자, 싱 총리는 "한·인도 정부 간 원자력 협정 체결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한전과 인도원자력공사는 인도가 부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원전을 건설하는 공동개발협정(JDA) 체결에 이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쌍수 한전 사장은 이날 이 대통령과 수행 경제인들의 조찬 간담회에서 "오늘 정상회담에서 정부 간 협정 체결 문제를 짚어주면 2~3개월 내에 개발협력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는 원전 17기를 보유하고 있고 6기를 건설 중이며 2020년까지 20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 ▲ 3D TV 시청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 시각) 뉴델리의 타지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ICT 로드쇼에 참석, LG전자의 3D TV를 시청하고 있다./뉴델리=최순호 기자 choish@chosunmcom
이와 함께 인도 몇몇 곳에 한국산업의 '전진기지'가 들어서게 됐다. 오릿사주에 건설을 추진 중인 포스코의 일관 제철소 공장과 관련, 이 대통령이 "이 프로젝트가 원활히 이행되면 오릿사주가 거대한 산업도시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하자 싱 총리는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챙기겠다"고 했다. 두 정상은 또 구자라트주의 한국산업단지(100만평 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IT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양측이 각각 250만달러를 내서 소프트웨어 협력 재단을 만들기로 했으며 이 재단을 통해 인력교류와 공동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인도의 컴퓨터 전문가, 엔지니어, 영어보조교사 등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와이브로 협력 확대, 한국 시중은행 지점 개설 등 한국 기업들로부터 요청받은 민원을 적극적으로 꺼내 싱 총리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싱 총리는 한국이 아시아의 등불이 돼야 한다는 타고르의 시를 인용하면서 "한국의 빛은 21세기 동아시아 시대에 한층 더 빛날 것이다. 오늘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