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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십자포화’ 속의 대법원 (동아닷컴)
글쓴이 이재명기자 등록일 2010-01-20
출처 동아닷컴 조회수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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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포화’ 속의 대법원

 

19일 정치권과 법조계는 대법원을 향해 전례 없는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공중부양’ 사건 무죄 판결과 용산 참사 수사기록 공개 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법률을 어겼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법부에 대해선 정면 대응을 자제하던 정치권의 기존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도 가세해 대법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성명을 발표했다.

○ “사법부가 법률 위반, 판례 무시”

이날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 법무부에 대한 긴급 현안 보고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공조해 법원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법사위에 출석한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시종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법관들로 인해 사법부가 신뢰를 잃고 있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이 나서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법원장이 이른바 진보 성향 법관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도 “법원이 정치화, 권력화 돼선 안 된다”며 “우리법연구회 등 사조직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이렇게 뛰었는데 무죄?”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8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국회 폭력 혐의에 대한 남부지법의 무죄 선고에 항의하며 강 대표를 흉내 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박 처장은 “우리법연구회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강기갑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도 우리법연구회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독립해 재판한다는 건 정치권력이나 공권력에서 독립한다는 것이지 국민이나 법률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다”면서 “대법원장이 이 사태를 수습해 국민의 근심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의원도 “국민 대다수가 공익적 관점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 대법원장이 왜 말씀을 안 하시냐. 이런 중대사건에 대해 대법원장이 가만히 있으면 다른 법관들이 보고 ‘계속해도 되는구나’ 하고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우윤근 의원은 “재판 결과에 대해 권력을 가진 정부 여당에서 지나치게 비판하는 건 과하다.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법원을 옹호했다.

○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발족

법사위 현안보고 직전에 열렸던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부터 전운이 돌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일부 법관의 판결이 공정하지 않고 이념적으로 편향되고 독선적이 되면 그 피해는 모든 국민이 보게 된다”며 “그동안 무풍지대에 있던 사법제도의 개혁은 시급하고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주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장윤석 의원을 간사로 해 사법제도개선특위를 발족했다. 특위 위원은 모두 12명이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특위의 장기적 과제는 법관 임용을 경력 법조인으로 하는 제도 마련이며 단기적 과제는 우리법연구회와 같은 법관 사회에서의 이념적인 편 가르기 현상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 변협 “국민상식 어긋난 판결 비판”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강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은 (판사) 개인의 소신을 관철하려고 설득력 없고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 논리를 전개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판결은 결국 법관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이 법원의 특정 판결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 성명이 ‘확정되지 않은 판결’을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간 변협이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발표했던 성명보다 강도가 셌다.

김평우 변협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국회의원을 견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은 국민의 이런 기대나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이를 지적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교사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평가를 받듯 이제는 법원도 국민으로부터 평가받고 비판받아야 한다”며 “확정되지 않은 판결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국민이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변협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25일까지 회신해 달라며 회원 변호사들에게 설문조사서를 보낸 지 하루 만에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논평을 내고 “변협이 중립적이지 못한 정치적 의견을 발표한 것은 회원의 다양한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며 성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