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의 정권교체로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권이 불안하다. 정권의 쌍두마차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왼쪽)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오른쪽) 민주당 간사장이 거액의 부정 정치자금 문제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데다 여론도 싸늘하다. 향후 정권 차원의 불안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위태로운 쌍두마차
하토야마 총리는 재벌 딸인 모친에게서 12억6000만 엔의 정치자금을 받은 게 드러나 지난달 약 6억 엔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그러나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는 모친에게서 받은 12억6000만 엔과 위장 정치헌금 4억여 엔 등 검찰과 언론이 먼저 밝혀낸 부분에 대해서만 인정했을 뿐이다. 개인사무소의 금고에 보관해온 정치자금의 전체 규모와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에게 더 아픈 것은 집권 4개월도 안 돼 ‘리더십이 부족하다’ ‘결단력이 없다’ ‘힘없는 총리’ 등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는 점이다.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문제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그는 오자와 간사장이 실세라는 사실이 공공연해지면서 총리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정권 차원에서 더 큰 문제는 정권 오너인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자금 문제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자와 간사장이 무너지면 민주당 정권이 힘의 공백과 함께 심각한 혼란에 빠져든다. 정권 내부구도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대체가 가능하지만 오자와 간사장은 그렇지 않다.
언론은 오자와 간사장이 2004년 10월 구입한 3억4000만 엔짜리 토지대금과 관련해 거의 매일 1면 또는 사회면 머리기사로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 4억 엔씩 네 차례에 걸쳐 현금 16억 엔이 드나들었지만 돈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모두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돈이다. 이 밖에 △그가 당 대표였던 2006∼2008년 용처불명의 22억 엔 지출 △그가 신진당과 자유당을 이끌 때에도 75억 엔의 의혹자금 지출 △중견 건설업체로부터 거액 수수 등의 기사가 최근 크게 보도됐다. 그는 “모든 정치자금을 공개해 왔다”고 반박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사설을 통해 “의혹이 짙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제 발이 저린 민주당 정부는 총선 공약이었던 정치개혁 입법을 최근 보류하는 등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 여론-언론-야당-검찰-정치컨설팅, 사방이 벽
일본 언론은 11일 오자와 간사장이 토지구입 자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은행융자 절차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토야마 총리에 대해서는 적어도 연간 3억 엔의 정치자금을 굴렸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정확한 돈의 규모와 용처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자민당은 18일 정기국회가 열리면 총공세를 펼 계획이다.
세계적 정치경제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최근 민주당 정권이 올해를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며 올해 세계 10대 리스크 가운데 5위로 하토야마 정권을 꼽았다.
여론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의 8∼10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1%가 “오자와의 정치자금 설명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작년 봄 니시마쓰(西松)건설사로부터 비서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으로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을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당시 여론조사에선 70%가 비판적이었다. 이후 총선 승리로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지만 지금의 검찰 수사는 정면으로 그를 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그를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적 스승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와 가네마루 신(金丸信) 전 자민당 부총재 모두 검찰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걸려들어 정치생명을 잃었다. 오자와 간사장이 스승의 전철을 밟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