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박 진영은 11일 정부가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세종시를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만들겠다는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자 “국민 신뢰를 외면한 약속위반”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상당수 친박 의원들은 부처 이전 백지화로 인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 건설 취지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또 세종시에 입주 예정인 대기업, 대학교, 연구소 등에 재정, 세제, 토지공급 등 집중적인 혜택을 주기로 해 다른 시도로부터 거센 반발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여야 합의로 만든 원안을 수정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친박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지난 5년간 5조4000억원의 세종시 관련 예산이 집행됐고 1500여억원을 들여 도시를 잘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157회나 실시했다”면서 “이를 모두 백지화하고 두어 달 만에 다른 대안을 내놓는다고 한다면 누가 그 말을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성헌 의원도 “수도권 집중완화와 국토균형발전의 의지를 바탕으로 여야가 합의한 원안을 시도해보지도 않고 바꾼다면 앞으로도 편의에 따라 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세종시에 대한 파격적 특혜로 재벌들이 세종시로 몰려가면서 다른 산업공단, 혁신도시,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등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병수 의원은 “막대한 혜택이 세종시에 몰린다면 지금도 어려운 지방 도시들은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한나라당 지도부와 친이계 의원들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자”는 입장을 내놓아 대조를 보였다.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세종시 문제를 정략적·정치적 이해관계로 다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위협은 포퓰리즘이고, 그 늪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국가가 많다”며 “어느 국가든 일시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하지만 전체적·장기적으로 봐서 국민들이 현명한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우리 국민과 충청국민은 선진국가로의 도약에 있어 어떤 선택이 도움이 되는지 잘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이 계열 정두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신성불가침도 아니고 완전무결할 수 있나”며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함부로 해도 되고 다른 사람은 (박 전 대표에 대해) 못한다는 건 이해가 안된다”고 박 전 대표의 ‘원안 수정 불가론’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인신공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