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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양욱의 밀리터리 노트] UAE에 원전 수출했다고? 카타르엔 군사교육 수출했소(조선닷컴
글쓴이 양욱인텔엣지대표 등록일 2010-01-11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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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방

[Why] [양욱의 밀리터리 노트] UAE에 원전

수출했다고? 카타르엔 군사교육 수출했소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인텔엣지 대표
  • 입력 : 2010.01.09 03:16 / 수정 : 2010.01.09 15:03

 

폭동진압부대 교육, 국제 경쟁입찰서 승리… 작년 10월부터 두달간 테러진압 가르쳐

 

작년 12월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400억달러짜리 원자력발전소 수출 계약을 체결할 당시 필자는 UAE와 이웃한 카타르에 '군사교육'을 수출했다. 도대체 무슨 군사교육인가?

카타르는 국가의 사활을 걸고 2022년 월드컵대회 유치 경쟁에 나섰는데, 치안 강화를 위한 폭동 진압부대가 절실했다고 한다. 카타르는 작년 6월 장교와 부사관 등 자국의 정예요원 100명을 선발해놓았다.

그런데 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킬 민간 군사교육단이 없어 국제 경쟁 입찰에 부쳤다. 필자를 단장으로 한 우리 군사교육단 9명도 이 입찰에 응모했고 작년 9월 독일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카타르 군사교육단으로 선정됐다.

양욱씨 제공
우리는 작년 10월 하순부터 2개월간 카타르 정규군에게 시위와 테러 진압 방법을 가르쳤다. 사막의 일과는 보통 아침 6시에 시작해 오후 1시면 종료된다. 모든 공공 기관이 이 시간대에 맞춰 일과를 진행한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루에 약 6시간 정도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제식에서부터 개인전술, 중대전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카타르 사령관에게 교육에 필요한 인사 및 명령 권한을 인계받았다. 필자가 준비한 필기시험지가 배포 전까지 일급기밀로 분류됐음을 확인했을 때 이 나라가 우리의 훈련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부대 전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교육 방식에 중동의 전사들은 잘 따라와 줬다. 중동은 11월부터 2월까지의 겨울이 최적의 훈련기간이다. 여름엔 50도를 넘는 무더위에 훈련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겨울이면 낮 최고기온이 38도 정도로 떨어진다. 겨울이라도 뙤약볕에 2시간 넘도록 야외 훈련을 하다 보면 교육생과 교관이 녹초가 된다. 사실 이번 교육훈련 전만 해도 필자는 중동 군대에 대해 '선입관'을 가졌다.

기강이 해이하고 주의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그만 땅덩이의 이스라엘과 맞붙은 중동전쟁에서 좋은 전적을 거두지 못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편견'이었다. 직접 훈련을 시켜보니 중동 군대 역시 정예군의 자질을 갖고 있었다. 모든 교육생이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교육에 참여했으며, 크고 작은 부상에도 끝까지 교육에 집중했다.

한번은 부족한 교육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일주일간 하루 13시간씩 고강도 훈련을 실시했다. 이들이 훈련을 버틸 수 있을지, 심지어 우리 교관들 스스로가 버텨낼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물론 불평이 없진 않았지만, 모두들 프로답게 낙오 없이 '지옥의 한주'를 통과했다. 두달 간의 훈련이 끝나갈 무렵 이들은 한국의 경찰특공대 못지않은 폭동진압부대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난달 열린 졸업식엔 카타르 합참의장이 참석해 폭동진압 시범을 보고 박수를 보냈다. 군 관계자도 "부대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훈련해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민간분야에서 정착된 아웃소싱은 공공분야에서도 자리 잡고 있다. 경찰의 경비 업무가 세콤과 같은 민간경비 분야로 옮겨갔다. 심지어 미국이나 영국에는 사설 군사기업까지 존재한다. 대테러전쟁을 통해서 'Xe서비스(옛 블랙워터)' 'PMC' 같은 유명 용병회사도 생겨났다.

이들은 미국 국무부의 요인경호 및 시설경비뿐만 아니라, CIA의 용병으로까지 활약했다. 해외에선 많은 민간회사가 군대를 상대로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대테러전쟁의 초기에 일반보병부대에게 콘보이(차량호송) 작전을 훈련시키기 위하여 수많은 민간교육훈련 회사를 고용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의 민간 교관을 고용해 자국 군대를 훈련시키고 있다. 1960~70년대 군사외교 차원에서 소련과 북한의 교관을 데려와 훈련시키던 것은 이젠 옛말이 됐다.

한국 민간교육단이 카타르의 군사 교육훈련을 맡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한국도 군사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10여년간 군사와 관련된 이슈를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그러나 군인이나 군무원으로서가 아니라 민간인으로서 활동했다. 14권의 군사서적을 출간했고, 전술 관련 강의 및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필자는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다. 법학(서울대)을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군사와 무기에 관심이 많다 보니 '옆길'로 빠진 것이다.

교육을 마치고 막 귀국할 무렵 UAE의 원전수주 뉴스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카타르에서의 작은 노력이 대한민국의 군사강국 브랜드 형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