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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이재오 원내대표-이방호 정책위의장 선출
12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된 이재오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이방호 의원(오른쪽)이 박근혜 대표와 함께 꽃다발을 들어 올리며 당의 단합과 개정 사립학교법 철회 및 재개정 투쟁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에 이재오(李在五·3선) 의원이 선출됐다.
이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소속 의원 127명 중 1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72표를 얻어 50표의 김무성(金武星) 의원을 22표 차(무효 1표)로 누르고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정책위의장에는 이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이방호(李方鎬·2선) 의원이 자동으로 선출됐다.
이번 경선은 이재오 의원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가깝고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가깝다는 점에서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이 시장과 박 대표의 ‘대리전’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또 박 대표가 주도하는 개정 사립학교법 장외투쟁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경선 결과가 ‘반박(反朴)’파의 승리라는 분석도 있지만, 표심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선적이지는 않다.
우선 박 대표와 이 시장 측 모두 이번 경선에 중립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도 경선 전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나는 (박 대표를 낙마시키려는) 한나라당의 트로이 목마가 아니다. 위장 취업하러 온 사람도 아니다”며 ‘반박’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주력했다.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뒤 7월까지로 돼 있는 박 대표와 임기를 같이하겠다는 ‘깜짝 카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친박-반박 전선이 모호해진 셈이다.
이 의원이 사학법 투쟁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도 초선 의원들의 표심을 잡는 데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리고 있는 TK(대구 경북)-PK(부산 경남) 지역의 일부 중진도 막판에 이 의원 쪽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도 있다.
일각에선 이번 경선 결과로 박 대표의 당 장악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박의 대표 격인 이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다고 해서 박 대표와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더 많다.
이 의원도 기자들에게 “‘비주류 강경파’ ‘반박파의 대표 격’이라는 딱지를 오늘로 떼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 신임 원내대표의 발등에 떨어진 과제는 사학법 재개정 투쟁을 어떻게 승리로 이끄느냐다.
그는 “당내에 사학법 재개정소위를 구성해 정부 여당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재개정안을 만들어 국회를 열기 전에 재개정 약속을 받아내겠다. 이와 함께 광범위한 반노(反盧)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며 투쟁과 협상의 병행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당이 재개정 협상에 선뜻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취임 초부터 난관이 예상되기도 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재오 원내대표 일문일답, “내 임기는 7월 全大까지…”▼
한나라당 이재오(서울 은평을) 신임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원내총무 등을 역임하며 대여(對與) 투쟁에 앞장서 온 강경파다. 과거 민주화운동으로 5차례 투옥된 전력 등에서 보듯이 투쟁력도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국회 통과 이후에는 ‘수도이전반대투쟁위원회(수투위)’를 만들어 투쟁을 해 왔다.
이 원내대표는 12일 당선 직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들판에서 (거칠게) 자란 꽃이 향기를 발할 때가 왔다”며 야성(野性)을 강조했다. 또 황우석(黃禹錫) 교수 사건, 도청 X파일 사건, 거물 브로커 윤상림 씨 사건과 관련된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이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원칙주의자, 강경파라서 여당과의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투쟁과 협상을 6 대 4의 비율로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협상을 안 하려고 억지 투쟁하지는 않는다.”
―사학법 재개정의 방향은….
“사립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분리 적용해야 한다. 교과 과정이나 학교 운영, 구성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 사학법을 한꺼번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관선이사의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
―황 교수 사건을 국정조사하려면 등원해야 하지 않나.
“사학법과 관련한 여야의 대타협이 이뤄지고 난 뒤에야 여당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할 수 있을 것이다.”
―7월 전당대회 때 원내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 현 대표와 임기를 같이하는 것이 상식이다. 박근혜 대표가 나간 뒤 당권 행사해서 당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일부의 오해는 나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방호 정책위의장 누구인가▼
한나라당 이방호(경남 사천) 신임 정책위의장은 경남 삼천포수협 조합장(4선)과 수협중앙회장을 지냈고 현재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수산 전문가다. 부산고 선배인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2004년 17대 총선 공천 당시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영남권 보수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자유포럼’ 소속으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영남지역 의원 표를 이재오 후보에게 몰아주는 데 일조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