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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한국, 原電 수출국 되다] "工期 6개월 줄이고사업비10% 깎아라" 입찰 진두지휘(조선닷컴)
글쓴이 조선닷컴 등록일 2009-12-28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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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국, 原電 수출국 되다] "工期 6개월 줄이고



사업비10% 깎아라" 입찰 진두지휘

 

  • 입력 : 2009.12.28 02:24

사실상 국가 대항전… 李대통령, 佛 사르코지 꺾었다
상황 안좋던 11월 초부터 왕세자와 6차례 통화하며
"백년지기 될수 있다" 설득 "UAE측이 원하는 건 최대한 들어줘라" 지시도

 

지난 11월 초 이명박 대통령이 UAE아부다비 실권자인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UAE 원전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주계약자인 한전이 프랑스의 아레바, GE-히타치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한 후였다. 그러나 현대건설 CEO 시절 해외 수주 경험이 많은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와 통화가 끝난 뒤 '비상'을 걸었다. "느낌이 좋지 않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 대통령에게 "한국정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는 취지로 시큰둥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11월 중순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김태영 국방장관 등 특사단을 UAE로 급파했다.

다른 상품과는 달리 원전 수주는 국가대항전으로 불린다. 워낙 덩치가 커서 국익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략적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각국의 원전 계약이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일관됐던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UAE는 이번에 처음으로 국제경쟁입찰을 시도했으나 결국 막판으로 흐를수록 '정치적인 결정'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9월부터는 사실상 경쟁이 한전과 프랑스 아레바의 양자대결로 압축된 상태에서 원자력회사 간의 '지상전(地上戰)'이 아니라 국가 정상 간의 '공중전(空中戰)'이 갈수록 중요해진 것이다.

한전 ‘워룸’의 환호 27일 저녁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전 수출계약 서명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워룸(war room)’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한전 직원들이 서로 얼싸안고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아레바가 가격 경쟁력이나 공기(工期) 등 제안서 평가에서는 꼴찌를 기록했지만 UAE와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도면밀하게 역전극을 노렸다. 사르코지는 "UAE 전투기 기종을 프랑스산 미라주에서 최신형 라팔로 60~100대까지 교체해주겠다" "UAE 주둔 프랑스군을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UAE에 대한 군사적인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프랑스는 더 나아가 문화국가를 지향하는 UAE를 향해 루브르 박물관 분관 건설을 제안했으며, "UAE가 외교 공관을 갖고 있지 않은 외국에서는 프랑스 대사관을 무상으로 이용하라" "핵우산을 제공하겠다" 등의 제의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르코지는 지난 5월 아부다비를 방문했으며 모하메드 왕세자와 1주일에 2~3차례 전화통화를 할 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7월 한전이 UAE에 제안서를 낼 때 "공기를 6개월 더 단축하라" "사업비를 10% 더 삭감해 제출하라"고 코치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측 관계자는 "공기를 단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을 전해듣고 처음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꼼꼼하게 따져보니 가능하더라"면서 "이 대통령이 이번 수주전에서 사실상 총감독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1월 초 모하메드 왕세자와 처음 통화한 뒤 지금까지 6차례 통화했다. 외교 경로를 통해 친서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한국과 UAE가 원전사업을 계기로 '백년지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참모들은 이 대통령이 모하메드 왕세자와 통화할 때 영어 통역을 권했으나 이 대통령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면서 아랍어 통역을 고집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코펜하겐을 방문했을 때도 "언제 모하메드로부터 전화 올지 모른다"면서 아랍어 통역을 데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코펜하겐에서 모하메드 왕세자로부터 "최종적으로 방문해 달라"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원전 수주를 위한 각 부처의 지원을 조율하는 책임을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맡기면서 "경제·국방·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 UAE가 원하는 것은 가능한 한 다 들어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윤 실장은 외교통상부, 국방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한전 간부 등이 참석하는 태스크포스팀을 진두지휘하며 조정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원자력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ICT(정보통신기술), 조선, 반도체, 인력 양성 등 한·UAE 간 각 분야를 망라하는 경제협정이 체결됐다. 군사분야에서의 파격적인 협력체제 구축도 상당히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와 안보, 교육을 망라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이 UAE에 제공된 것이다.

하지만 막판까지 청와대와 한전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프랑스가 지난주까지도 자신들의 제안을 바꿔가며 UAE측에 매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정부는 막판에는 UAE가 사실상 '협박'으로 느낄 수 있는 신호도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2월 27일 UAE가 4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수주 계약을 맺으며 정상회담에 초청한 당사자는 사르코지가 아니라 이 대통령이었다.


[핫이슈] 한국, 原電 수출국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