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수도 아부다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환대하고자 파격적인 영접과 의전을 제공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전날 오후 아부다비 국제공항에서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의 영접을 받은 데 이어 이른바 ‘아랍 형제국’인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국가 귀빈에게만 제공하는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의 로열 스위트층(8층)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당초 이 대통령의 숙소는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 7층으로 돼 있었지만, 예우 차원에서 왕족 소유의 ‘영빈관’인 8층을 제공하고, 7층도 참모들이 쓸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아랍 형제국들에만 빌려주는 8층을 내준 것은 파격으로 형제국 대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모하메드 왕세자는 40여 분간 이뤄진 공항 회동에서 양국이 ’형제국’이란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이 “형제국이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언제나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모하메드 왕세자는 “우리는 형제국이다. 양국 교류가 경제뿐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또 “50년 이후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오늘은 양국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의 환대에 보답하듯 이날 오전 모하메드 왕세자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마스다르 시티(탄소배출 제로 도시)’를 깜짝 방문했다.
마스다르 시티는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첨단 기술을 모두 집약해서 CO2 배출이 전혀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로 예상 투자금액만 22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대통령은 마스다르 시티(아부다비미래에너지공사) 사장이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자 “산유국인 중동국가로서 미래를 앞서나가는 생각을 갖고 대비하는 데 경의를 표한다”면서 “기후변화에 대비해 저탄소 성장하는 것은 아부다비뿐 아니고 지구적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칼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모하메드 왕세자가 배석한 것 역시 보기 드문 파격 의전이라고 이 수석은 설명했다.
칼리파 대통령은 회담에서 “앞으로 실질적 진전이 이뤄져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양국은 오늘 새로운 미래 관계를 설정하게 됐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UAE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함께 할 것”이라며 “한국은 국가든 개인이든 한번 신뢰를 맺으면 오래 간다. 가족중심적이란 점에서 UAE와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칼리파 대통령은 “우리도 노인을 공경하고 가족을 중시한다”며 “진정성을 갖고 한국과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한국기업들이 UAE에 다방면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담수화 분야에서도 선진적 기술을 갖고 있다”고 했고, 칼리파 대통령은 “UAE는 농업 담수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