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위원장 취임… 5년7개월 만에 공직 복귀
"세종시는 현실정치 사안… 통합위가 휘말려선 안돼… 용산참사 해결안도 모색"
고건 사회통합위원장은 23일 취임 일성(一聲)으로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해 '갈등 영향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갈등 지수'를 개발, 정부의 주요 정책이 우리 사회의 갈등 또는 통합에 어떻게 작용했는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국민 제안센터'도 운영하겠다고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 방침이나 의도와 어긋나는 평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위원장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앞으로 위원회가 해야 할 일을 '사통팔달(四通八達)', '화이부동(和而不同)' 등 사자성어 2개로 요약했다. "사통팔달은 상하좌우 네 방향으로 서로 소통이 잘 돼야 하고 소통의 결과를 전국 팔도에 전달을 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화이부동은 민주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는 공존의 룰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 ▲ 이명박 대통령과 고건 사회통합위원장이 23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사회통 합위원회 위원 위촉식과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얘기하며 걸어가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고 위원장은 2004년 5월 노무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후 5년 7개월 만에 중앙무대에 복귀했다. 1970년대 말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30여년 가까이 공직에 있었던 그는 여야를 넘나들며 서울시장과 국무총리를 두 번씩 거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지난 대선 초기인 2006년엔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됐지만 일찍 뜻을 접었다. 청와대 참모진은 이번 사회통합위원장 인선과정에서도 일찌감치 그를 최적임자로 여겼지만, 이 대통령이 막판까지 고심하다 이달 중순 고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위원장은 언제 자리를 제안받았냐는 질문에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됐다. 한 석 달쯤 됐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 대안 연구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주면서 "내부 갈등을 극복하면 더 큰 에너지가 모아질 수 있다"며 "오늘 (위원들을) 만나보니까 대통령 눈치를 보고 할 말을 못 할 분은 없는 것 같다. (사회가) 좀 소리가 나고 시끄럽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뜻을 갖고 있는 만큼 긴 호흡을 갖고 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