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혐의 곽영욱씨 진술… 韓 前총리 불구속 기소
곽영욱(구속) 전 대한통운 사장이 "내가 2007년 초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임명되지 못한 뒤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로부터 '이번엔 임명되지 못했으나 곧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 전 총리가 자신에게 공기업 사장 자리를 청탁한 곽 전 사장을 위해 공기업 인사에 개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곽 전 사장은 석탄공사 사장으로 가지 못했으나, 2007년 3월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22일 곽 전 사장에게서 인사 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 같은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검찰은 횡령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된 곽씨에겐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평소 알고 지내던 곽 전 사장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공기업 사장 자리를 부탁받은 뒤 2006년 11월 산업자원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이원걸 산자부2차관이 곽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하라"고 권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이어 곽 전 사장의 석탄공사 사장 임명을 돕기 위해 2006년 12월 20일 총리 공관 오찬 모임에 당시 정세균 산자부 장관(현 민주당 대표)과 곽 전 사장 등을 초대, 정 장관에게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곽 전 사장은 다른 참석자들이 나간 뒤 각각 2만달러, 3만달러가 든 편지 봉투 2개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도 없는 상황에서 70세 노인(곽 전 사장)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기소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