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대한석탄공사 사장 지원 과정 곳곳에서 당시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 장관이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관여한 정황이 나타나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초대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오찬에 곽 전 사장과 동석한 것은 물론 그 자리에서 한 전 총리는 정 대표에게 “곽 전 사장을 잘 챙겨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또한 정 대표는 이원걸 당시 산자부 2차관에게 “곽 전 사장을 석탄공사 사장 후보로 한번 검토해 보라”고 지시해 곽 전 사장이 사장 공모에 응하도록 권유하는 역할을 했다. 더욱이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정 대표의 장관 보좌관이었던 박모 씨에게 2만 달러를 건넸고, 그 돈이 정 대표에게 갈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곽 전 사장이 정 대표를 상대로 직접 로비를 시도하려 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어서 검찰 수사는 정 대표의 턱 밑까지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정 대표에 대한 수사 여부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확전(擴戰)을 피하는 모습이다. 검찰은 최근까지도 “혐의가 나온 게 없고 수사 대상이 아니다”며 정 대표에 대한 수사 진행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는 정 대표에게 직접 금품이 건너간 정황이 파악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측근에게 돈이 간 것만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한 전 총리 수사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를 무턱대고 수사할 수 없다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듯하다.
그렇지만 정 대표가 곽 전 사장의 인사 로비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된 정황이 계속 나타나고 있고, 검찰의 추가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단서가 튀어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에게서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 대표의 장관 시절 보좌관 박 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