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 본인은 이 사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가 검찰 수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채 재판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정 대표가 자신의 참석 여부와 대화 내용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자칫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노영민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 대표가 산자부 장관 퇴임을 앞두고 오찬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이 오찬에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의 발언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이 사건의 전부"라고 말했을 뿐이다.
정 대표의 핵심 참모들이 정 대표의 동석 사실에 당황하기보다는 마치 계획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움직였던 것은 정 대표가 미리 자신의 동석 사실을 알리며 자신은 결백하다는 설명을 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 정세균 민주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1일 노동관계법안 처리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정 대표가 산업부 장관 시절,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구속)이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정 대표측 관계자는 "한 전 총리 오찬에 함께한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정 대표가 인사 청탁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미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의 수사 의도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무대응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그 밖의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수사가 어디를 향하는 것이냐" "정 대표가 혹시 개입된 것 아니냐"며 뒤숭숭한 반응이었다. 의원들끼리도 서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알려 하지 않았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선 당내에서 말을 먼저 꺼내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누구에게 확인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정 대표가 사건에 구체적으로 관여되지 않았더라도 동석한 것 자체만으로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했다. 심지어 정 대표의 동석 사실이 알려진 것은 검찰 사정에 밝은 당내 비주류측이 은밀히 기획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정 대표측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비주류가 정 대표 체제를 흔들면서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했지만, 비주류측은 22일 예정된 당내 토론회를 취소하고 다시 신중 모드로 들어갔다. 한 비주류 의원은 "예산 문제로 국회가 대치된 상황에서, 당내로 비판의 총구를 돌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사태를 조용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