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사진)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외국어고 정책을 연일 맹비난하고 있다. 정 의원은 16일에도 CBS라디오 방송에서 “교과부가 외고를 자립형사립고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고 해놓고 지키지 않고 있다. 외고의 로비가 막판에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기득권 이해를 대변하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의 눈과 귀까지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고 입시 문제를 해결해 사교육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그의 평소 소신이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권 창출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며 “그러나 안 장관 등은 권력을 누리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주류 의원이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을 계속 비판할 경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그가 모를 리 없다. 이 때문에 그의 연이은 정부 비판을 변화된 정치적 위상에서 찾으려는 시각도 있다.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그의 ‘복심(腹心)’이었고 정권 창출에도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에는 권력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과정에 참여한 것을 그가 권력의 정점에 있던 마지막 시기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정 의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당시 정 의원이 박영준 당시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현 국무차장) 등을 실세로 지목해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여권 내 권력투쟁으로 비쳐 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중심축이었던 이상득 의원과 불편해진 것도 이 무렵부터다.
그가 최근 남경필 원희룡 권영세 의원 등 비주류 개혁성향 의원들과 연대 틀을 만든 것도 ‘포스트 이명박’의 밑그림을 그려보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중도개혁성을 강화해 당 개혁의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그가 차기 대선정국에서 다시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정 의원이 벌이는 사교육과의 전쟁은 그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