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정의로운 전쟁' 옹호해 화제
"나는 미국 청년 수천명을 먼 전쟁터에 보낸 책임이 있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어려운 질문들을 안고 이 자리에 섰다."10일 밤 노벨평화상을 받아든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은 기뻐하는 수상자의 모습이 아니라 '전쟁과 평화'에 고뇌하는 석학(碩學) 같았다.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 수상식장에 선 그는 36분간의 연설 대부분을 '정의로운 전쟁(just war)'을 변론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먼저 평화의 선구자인 마하트마 간디(Gandhi)와 마틴 루터 킹(King) 목사의 비폭력주의를 거론했다. 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킹 목사는 45년 전 이날 바로 이곳에서 "폭력은 새로운 더 복잡한 문제를 만들 뿐"이라고 폭력을 배격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나라를 지키기로 맹세한 국가수반으로서 그들의 본보기만을 따를 수는 없다"면서 "비폭력운동이 히틀러 군대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 평화에 대한 미국의 독보적인 역할을 옹호했다. "2차대전 후 세계에 안정을 가져온 것은 국제기구나 조약, 선언들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어떤 실수를 했든, 분명한 것은 미국이 60년 넘게 국민의 피와 군사력으로 세계의 안전 보장을 도왔다는 사실이다. 우리 군의 희생이 독일에서 한국까지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켰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이런 맥락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연설을 두고 '아프간전쟁에 대한 강력한 변론'이었다고 평할 정도다.
이날 연설은 반전(反戰) 분위기로 가득한 노벨평화상의 심장부에서 전쟁을 강론했다는 점에서 화제였다. 뉴욕타임스는 "그는 할 말을 했지만 노벨위원회가 듣고 싶었던 건 아닐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가이르 룬데슈타트(Lundestad) 노벨위 사무총장은 "전적으로 수용할 만했다"고 했다. 민주당 활동가인 크리스틴 펠로시(Pelosi)는 "정의로운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폭력의 교훈과 군사력이 다 필요하다는 '오바마 독트린'을 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보수파가 더 반겼다.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Gingrich) 전 하원의장은 "진보적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으러 가서 '힘 없이는 자유도, 평화상 수상도 불가능함'을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아주 역사적인 연설"이라고 했다.
연설 내용이 '부시 독트린'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 외교협회의 월터 러셀 미드(Mead) 석좌연구원은 "부시가 이렇게 말했으면 세계가 격렬히 반대했을 텐데 오바마가 말하니까 사람들이 고분고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