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61·사진)이 미국 석유개발회사를 인수했다. 국내 민간기업이 미국의 석유개발회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식경제부는 투자회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가 미 석유개발회사인 스털링에너지(Sterling Energy USA·SEI)의 주식 99%를 9000만 달러(약 1035억 원)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C&M의 지분 65%를 1조4000여억 원에 팔아 화제가 됐다. 이후 이 회장은 서울 시내 빌딩 등 부동산을 사들였지만 자원개발기업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인수에 대해 에이티넘파트너스 관계자는 “이 회장을 포함한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함께 결정했다”며 “부동산 외에 자원개발 분야도 회사가 계속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앞으로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EI는 영국 기업 스털링에너지의 자회사로 미국 텍사스 주와 루이지애나 주에 60여 개의 생산광구를 가지고 있으며 하루 약 48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4800배럴은 국내 하루 원유와 가스 소비량인 300만 배럴의 약 600분의 1 정도다.
지경부는 “인수자금 9000만 달러 중 5500만 달러는 에이티넘파트너스 등이 주축으로 참여한 ‘해외자원 개발펀드’를 통해 조달됐다”며 “에이티넘사는 SEI가 보유한 35명의 전문인력까지 인수하게 돼 향후 미국 내 유망광구 인수합병(M&A) 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원개발업계는 이 회장의 이번 행보를 ‘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서울고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다나무역에 입사한 이후 1975년 완구업체 조선무역(현 조선I&C)을 창업해 미국에 인형을 수출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금난에 처한 지역 케이블 방송사들을 하나씩 사들여 C&M을 설립했다. 이후 방송시장이 커지면서 C&M의 가치는 급등했고,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호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가 주축이 된 국민유선방송투자(KCI)에 회사 지분 65%를 1조4000여억 원에 매각했다.
그 덕분에 이 회장은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국내 부호 순위 16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ING타워, 종로구 신문로 금호생명 빌딩 등을 잇달아 사들인 바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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