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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투쟁적 노동운동, '법과 원칙' 앞에 더 이상 안 통했다 (조선일보)
글쓴이 최현묵기자 등록일 2009-12-04
출처 조선일보 조회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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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ㆍ복지

투쟁적 노동운동, '법과 원칙' 앞에 더 이상


안 통했다

 

  • 입력 : 2009.12.04 02:28

 

기관사 파업전선 이탈 싸늘한 여론도 한몫…
아무 것도 못얻어내고 결국 빈손으로 파업 끝내

 

철도노조가 사실상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3일 파업을 전면 철회한데 대해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인사는 "노동운동사(史)에 기록될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법과 원칙에 손을 들었고, 파업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해 양보를 끌어내던 민주노총 방식의 '투쟁적 노동운동'이 전혀 먹히지 않은 사실상의 첫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철도노조가 법을 의식하는 파업을 하고 스스로 파업을 철회한 것은 노동운동사의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가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 철회'를 명분으로 파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26일. 이틀 후인 28일 이명박 대통령은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강한 주문에 검찰·경찰 등 공안당국과 느긋하게 대응하던 관계부처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 대통령은 이틀 후엔 파업현장인 코레일 비상상황실을 직접 방문하는 등 강경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이 1980년대 초 1만여명을 해고하면서까지 항공관제사 파업을 잠재운 '레이건 방식'을 롤모델로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후 검찰과 경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1차 소환조사 대상이었던 노조집행부 15명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다음날인 이달 1일엔 경찰이 철도노조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 등 노조집행부에 대한 전담 체포조를 조직했다.

8일간의 철도 파업을 이끌어온 김기태 철도노조위원장(가운데)이 3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격적인 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잠시 현장으로 돌아가 3차 파업을 준비하자”고 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국민 여론도 싸늘했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이 보기에 공기업 직원 신분은 고임금에 신분이 보장된 부러움의 대상"이라며 "공기업 선진화에 반대하는 공공노조를 국민 여론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업 철회를 결정한 직접적 계기는 기관사들이 파업 전선에서 이탈하는 등 조직 내부 균열이 본격화됐기 때문이었다. 3일 오후 4시 현재 업무 복귀자는 1817명으로, 애초 파업 참여자(1만1718명)의 15.5%에 달했다. 특히 파업의 주축을 이루는 기관사들 이탈이 시작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3일 0시부터 수도권 전동차 기관사 76명 등 기관사 92명이 업무에 복귀했다. 다른 직종과 달리 파업 동참률이 100%에 가까워 '철옹성'으로 불리던 기관사의 이탈이란 점에서 노조 집행부의 타격이 컸다.

파업 동력이 약화되고 사측이 예년과 달리 강경대응을 하자 철도노조 집행부로서도 장기파업을 이끌어갈 힘이 떨어졌다.

사측은 여론을 등에 업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코레일은 징계를 위한 사전 조치로 2일 3차 업무 복귀 명령 지시를 내렸고 업무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해고를 포함한 중징계를 내릴 것임을 밝혔다.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1일 직원들에게 보낸 업무 복귀 호소문에서 "불법 파업에 대해 공사는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며 "즉시 복귀하지 않는다면 평생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코레일 간부들이 전원 기관사 면허 준비에 나서는 등 초강경 대응 방침으로 일관한 데다 경찰의 수사·체포 등으로 파업 이탈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파업 대열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파업이 끝나면 민·형사상 책임도 면책해주는 그동안의 관행과 달리 "불법파업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김흥성 홍보실장은 "노조가 파업 종료를 정식으로 선언하지 않는 한 노사교섭은 없다"며 "파업 주동자에 대한 징계절차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4일 철도노조 및 집행부를 상대로 파업 손실액 90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방침이다.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반발하며 발전·가스 등 공공부문을 묶어 파업 투쟁을 벌여온 민주노총의 투쟁력에 구멍을 냈다. 민주노총은 철도·발전·가스 등 공공부문 산하 노조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달 6일 한시적 총파업을 벌였고, 그 핵심이 철도노조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철도노조가 성과 없이 파업을 철회함으로써 공공부문 총파업의 동력은 사실상 상실됐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떠받치는 노동자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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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ㆍ복지

파업으로 증명된 방만경영

 

  • 입력 : 2009.12.04 02:28 / 수정 : 2009.12.04 10:09

1만여명 없어도 여객대란 안 일어나
과잉인력 많다는 사실 逆으로 보여줘

이번 철도노조 파업 사태는 누적적자가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코레일의 '방만 경영'의 실체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반대해 온 철도노조의 파업이 오히려 정부의 공기업 개혁정책을 도와준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코레일의 평상시 운영인력은 2만5000여명이며, 이번 파업에는 1만1000여명이 참가했다. 코레일이 퇴직 기관사 등 외부인력 820여명을 투입했지만 평소보다 1만명 적은 인력으로 파업 8일 동안을 버틴 것이다. 이 기간에 화물수송률이 평상시의 3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적체가 빚어졌지만 수도권 전동차와 KTX는 100% 가까이 운행됐다.

이 때문에 코레일 내부에서조차 이번 파업이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를 오히려 앞당길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레일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3년간 정원 5115명을 감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 정책 철회'를 요구해왔다. 공공부문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철도노조의 주장은 근거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코레일 김흥성 홍보실장은 "1만여명이 파업을 벌였음에도 여객 운송에서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과잉 인력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엔 노조 집행부의 파업 결정이 결과적으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 추진에 빌미를 주었다는 불안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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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철도노조 파업 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