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만 증파 동참 움직임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은 1일 오후 8시(한국시각 2일 오전 10시)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육군사관학교에서 아프가니스탄에 3만여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발표한다.이번 증파 결정은 취임 초 2만2000명 파병에 이어 두 번째로,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임기 1년도 채 안 돼 5만여명의 미군을 해외에 파병하게 됐다. 이번 발표로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병력은 10만명이 되고 연간 전비(戰費)도 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성탄절 직전에 선발대격인 해병대 1개 부대를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오바마의 새 아프가니스탄 전략은 지난 8월 말 미군 4만명 이상을 증파해 달라는 스탠리 매크리스털(McChrystal)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나토군 총사령관의 요청을 받고, 백악관이 3개월 넘게 장고(長考)한 결과다. 뉴욕타임스는 1일 발표가 "오바마의 임기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와르닥 지역에서‘하이웨이 원’도로를 경비하는 한 미군 병사의 헬멧에 바이킹 신화에 나오는 뇌신(雷神) 토르의‘망치’(은색 십자가 모양)가 붙어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3만여명을 아프가니스탄에 증파하기로 결정했다./AP연합뉴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 5000~6000명의 파병을 요구하고 있다. 이 병력과 미군을 합쳐, 매크리스털이 요구한 4만명을 거의 채우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현재 9500명을 파병한 영국이 500명 증파를 자원한 것을 빼면, 어느 나라도 오바마의 요구에 선뜻 응할 분위기가 아니다.
오바마의 새 전략은 '반군 탈레반 토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증파된 병력은 주로 탈레반(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근거지인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투입된다. 탈레반 장악지역을 점령한 뒤 지역 주민들의 민생을 도모하는 한편, 아프가니스탄군을 훈련해 자위(自衛)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새 전략의 핵심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벌써 오바마의 증파 결정을 '역사적인 실수'라고 확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강대국의 흥망'을 쓴 폴 케네디(Kennedy) 예일대 교수는 "로마인들은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겼던 게르만족(族)이 사는 숲 속으로 되돌아갈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최강국 중의 최강국도 이기지 못하는 전쟁에 속할 것 같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을 싸우고도 패퇴한 옛 소련군 장성들은 보다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1985~1986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 제40군 사령관과 국방장관을 지낸 이고르 로디오노프(Rodionov) 러시아 의회 의원은 "(1980년대에) 이미 모든 것을 시도해 봤다"며, "더 많은 병사는 더 많은 죽음을 뜻할 뿐"이라고 말했다. 소련군은 한때 12만 병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지만,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의 격렬한 저항으로 1만5000명의 전사자를 내고 1989년 완전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