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여부를 판가름할 수도 있는 중대 결단을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에 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8년여를 끌어왔지만 교착상태에 봉착한 아프간 전쟁의 국면을 반전시키겠다는 각오와 의지를 담은 새 아프간전쟁 전략을 발표했다.
3만명의 미군을 추가로 파병하고, 자신의 첫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에 철군을 시작하겠다는 게 골자다.
아프간 추가 파병에 대한 미국내 여론은 썩 우호적이지 않다. 여당인 민주당내에서부터 병력 증파를 통한 `확전'에 회의적인 의원들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 개혁법안, 경제위기 극복 등 국내 현안까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추가 파병을 선택한 것은 국면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프간전이 `패배'의 수렁속에 빠져들고 자칫 미국의 역내 거점이 상실될 수 있다는 국익을 감안한 전략적 판단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때문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라크전 수행 전력을 알카에다와 탈레반 소탕전쟁으로 이동시키겠다고 공약했고,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 계획을 수행하면서도 취임 직후 1만7천명의 아프간 병력 증파를 승인해 아프간전 승리에 대한의지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 5월 아프간 주둔 최고지휘관인 데이비드 맥키어넌 사령관을 경질, 후임 스탠리 맥크리스탈 장군을 임명하면서 아프간전 전략 수정을 준비해왔다.
맥크리스탈 장군은 지난 9월 아프간 전황 평가보고서를 통해 추가 파병 없으면 아프간전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하며 최대 4만명의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최대 이슈로 부상한 아프간 추가 파병을 놓고 미국 여론은 찬반으로 양분됐다.
민주당내에서는 대규모 추가 파병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프간 전략목표를 알카에다 소탕 등 대테러전으로 축소하는 방안, 무인정찰기와 특수부대를 동원한 `정밀 타격' 등의 절충안도 제기됐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군 지휘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추가 파병으로 결단을 내렸다. 물론 증파 병력규모는 맥크리스탈 사령관의 요청에 1만명이 모자라는 3만명 수준으로 정했다. 부족한 병력 규모는 나토 등 동맹국에 요청할 방침이다.
더불어 추가 병력은 신속히 현지에 투입키로 하고,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는 아프간내 병력 증파를 완료하기로 했다. 아프간 추가 파병 결단까지는 `장고'(長考)를 거쳤지만 벙력 배치는 신속하게 추진하는 모양새다.
이 계획대로라면 내년 아프간 전장에 투입되는 미군 병력은 10만명을 넘게 된다.
게다가 아프간 추가 전비(戰費)만도 수백억달러가 소요되는 등 막대한 재정부담을 안게 된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미군 1인당 연간 100만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추산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매년 750억달러의 전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전 확전이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감안해 이날 대국민연설을 통해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는 구체적인 계획인 `출구'(exit)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자신의 첫번째 임기가 만료되는 2013년 1월 이전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의 철수를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과 그 시점까지 3년간 아프간 현지 군.경찰의 훈련 계획을 밝혔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무제한 전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일정을 임기 만료 시점과 맞물리게 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전쟁 전략의 성과를 대통령 연임 여부와 연계시키겠다는 결의를 보이려했다는 분석이다.
아프간전 `출구 전략'의 동반 발표는 국내 반대 여론은 물론 아프간전 추가 지원에 회의적인 일부 나토 국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수차례 거듭된 아프간 전략회의에서 치밀하게 검토한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에 앞서 이날 오후 30여명의 상.하원 의회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 사전 브리핑을 가졌고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인도, 덴마크, 폴란드 등 주요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아프간 전략을 설명했다.
아프간전 승리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인인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의 부패척결 노력을 고무, 촉진시키기 위한 압박도 강화할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전 추가 파병 결단은 동맹국들을 아프간전 전열로 어떻게 재결집시키고 단결시키느냐에 따라 미국의 리더십이 판가름날 뿐 아니라. 그의 재선 여부를 가르는 국내 정치적 리더십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대통령 연임을 좌우하는 `도박'(gamble)이 될 수도 있는 재임중 가장 중요한 결단이 될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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