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155분 스케치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155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단독정상회담이 75분, 확대정상회담 성격을 띤 업무 오찬이 80분이었다.
오전 11시 오바마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던 이 대통령이 다가가 악수하고 포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통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의상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고, 이 대통령은 "싸우기는 불편한 복장"이라고 농담을 했다.
회담 전에 오바마 대통령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We have a lot of work to do(우리는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실제 이날 회담의 상당 부분은 한미 FTA 문제에 할애됐다. 이 대통령이 오찬에 앞서 태권도복을 선물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태권도의 '정권 지르기'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오찬장에서 이 대통령은 "해외 순방 8일째인데 집에 전화는 했느냐"고 물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목요일 밤에 워싱턴으로 도착하는데 금요일에 둘째 딸이 학교에서 연극을 하기 때문에 늦잠 자기는 틀렸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단독회담이 예정(30분)보다 길어진 데 대해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이 시간을 많이 써서 그랬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도 모든 게 대통령 탓이다"라고 말해 또 폭소가 터졌다. 점심 메뉴로 신선로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원래는 번거롭기 때문에 안 내놓을 예정이었는데 집사람(김윤옥 여사)이 '날도 추운데 이건 꼭 대접해야 한다'고 해서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쇠고기로 만든 불고기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바비큐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젓가락으로 불고기를 먼저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간 국빈 오·만찬을 했더니 상당히 살이 쪘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은 정말 허심탄회하게 말로만이 아니라 마음을 나눴다"며 "회담 때도 '굉장히 친한 사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정상회담에 많이 참여해봤지만 두 정상이 오늘처럼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는 적을 본 적이 없다.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