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열 비판 발언 등 주요 신문·통신서 삭제
대학생과 미팅도 통제 백악관 기자 외딴방 격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에서, 말로만 듣던 중국 당국의 언론 검열을 톡톡히 경험했을 것 같다.
오바마는 16일 상하이 대학생 500여명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나는 무(無)검열(non-censorship) 상태를 매우 지지한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개방이야말로 사회를 강하게 한다"며 작심한 듯 중국의 언론 검열 관행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오바마의 발언을 실시간 문자로 중계하던 신화통신의 웹사이트는 이 발언은 쏙 뺐다. 인민일보 등 주요 신문들도 17일자에서 이 부분을 누락했다. 나중에 신화통신 웹사이트에 실황 전문(全文)이 중국어로 게시됐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배치돼 4번을 클릭해 들어가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미·중은 오바마의 방중 행선지를 놓고도, 막판까지 옥신각신했다. 미국은 TV에 강한 오바마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노렸지만, 중국은 이를 불허했다. 16일 타운홀 미팅이 상하이 지역 TV로만 중계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은 큰 행사가 있을 때만 잠깐 TV에 나오는 국내 지도자들보다도, 오바마를 더 많이 TV에 노출하고 싶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 ▲ 16일 상하이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등을 보인 사람)이 중국 대학생 500여명과 함께 한 타운홀 미팅에서 학생들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 언론의 중 요성를 강조했지만 그의 발언은 중국주요 통신과 신문에서 검열당했다./AP 연합뉴스
그러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방중과 비교해도, 오바마가 당한 언론 통제는 가혹하다. 1998년 방중한 빌 클린턴(Clinton) 당시 대통령은 일반 중국인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4차례 가졌다. 대화 실황은 국영 CCTV를 통해 검열 없이 전국에 중계됐다. 물론 이때는 1989년의 톈안먼(天安門) 사태 후 처음 온 미국 정상에 대한 '예우'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2002년 방중한 조지 W 부시(Bush) 당시 대통령도 오바마보다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부시는 중국 대학생들에게 정치와 종교의 자유를 역설하는 다소 '위험한' 연설을 했지만, 국영TV는 이를 전국에 방송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 은 철저한 통제 속에 이뤄졌다. 참석 학생들은 중국 당국의 엄격한 선발 과정과 입단속 훈련을 받은 뒤에야 버스로 단체 수송됐으며, 오바마 대통령을 따라온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외딴 방에 갇혀 현장 취재도 하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달라진 대접의 배경으로 금융위기 이후 추락한 미국의 위상을 꼽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