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면 국순당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던 78억원어치의 국순당 주식을 팔아 양조 전문학교를 세우려고 한다. 60년 가까이 우리 술을 빚어 온 배 회장은 10여 년 전부터 우리 술을 가르치는 학교 설립에 대한 뜻을 주변에 밝혀왔다. 사진 제공 국순당 |
국순당은 29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를 했다.
이 회사 창업주 배상면 회장(85)이 자신이 보유하던 국순당 주식 106만3614주(약 78억 원어치)를 전량 팔았다는 내용이었다. 국순당 홍보 담당자는 “평생을 전통주 연구에 바친 회장님이 오랜 꿈이었던 양조 전문학교를 세우기 위해 주식을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배 회장이 국순당 임원진에 “후진 양성을 통해 나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홍보 담당자에게 양조 전문학교는 어디에 짓느냐고 묻자 “직원들도 그 점을 가장 궁금해한다”며 “회장님 고향인 경북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경북대 농예학과를 나온 배 회장은 2001, 2002년 수차례 국순당 주식을 팔아 20억 원을 모교인 경북대에 기부한 바 있다.
배 회장의 의중을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순당 측은 “회장님이 연로하셔서 요즘 (대면) 인터뷰를 안 한다”고 했다. 그럼 전화 인터뷰라도 하자고 했더니 “귀가 잘 안 들리신다”고 했다. 30일 오후 4시 무렵 배 회장은 “오늘 많이 피곤하다”고 비서에게 말한 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우곡연구소(배 회장이 2001년 만든 전통주 연구소)를 출발해 강남의 자택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하는 수 없이 배 회장의 장남인 배중호 국순당 사장에게 “대신 여쭤봐 달라”며 질문 몇 가지를 부탁했다. 하지만 배 회장은 “몸도 안 좋고, 아무 말도 하기 싫다”는 뜻을 비서실을 통해 알려왔다. 하긴 그는 인공 심장박동기를 단 지 30년 됐다.
배 회장은 경영철학을 담은 에세이 ‘도전 없는 삶은 향기 없는 술이다’에서 “인생의 어려움이 찾아와도 결코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모조리 도전으로 여겨야 한다”고 썼다. 1950년대 대구의 한 양조장을 찾아가 어깨 너머로 술 담그는 걸 배웠기에 술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데 평생 목말랐던 그다. 그래서 2002년 경북대에 전통 양조학 석사과정도 개설했다.
배 회장의 세 자녀는 아버지의 권유 반, 강요 반으로 술을 빚게 됐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 배혜정 ‘배혜정 누룩도가’ 사장, 배영호 ‘배상면 주가’ 사장이다. 배중호 사장은 “아버지는 일에 대한 욕심과 정열, 도전 정신이 청년 같다”며 “아버지 말을 진작 잘 들었으면 지금쯤 몇백 종류의 막걸리를 선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국순당이 최근 내놓아 인기인 생막걸리를 배 회장은 10년 전부터 만들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인터뷰를 거절하며 비서실 측이 전한 배 회장의 말은 이랬다. “주식 팔아 뭘 해 보겠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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