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설이 잇달아 불거져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1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힌 이후 남북 간의 비밀접촉설은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날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15일 베이징을 방문하는 모습이 일본 TV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계기로 국내의 한 방송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김 부장이 극비 회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베이징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접촉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김 부장이 싱가포르를 방문해 남측 고위 관계자와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하는 비밀접촉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여 의문을 키우고 있다.
구체적인 장소와 남측의 접촉 당사자가 확인되지는 않지만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의 물밑 접촉 가능성은 다분하다는 얘기들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소식통들은 “남북 간에 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대외관계 개선을 노리는 북한이 각종 대남 대화를 제의함에 따라 일단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남북 접촉에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남한 정부가 북한의 적극적인 홍보 움직임에 말린 것이라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7월 유화조치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조문단을 보내면서 밀어붙인 공격적인 화해 분위기를 지속하면서 남한 정부를 코너에 몰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움직임을 공개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김 부장이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공작의 측면으로 이해된다”며 “비밀접촉을 하는 듯이 행동하면서도 기자들 앞에 대놓고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남한 정부가 당혹해하는 것을 즐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22일 논설에서 “(북이) 주동적으로 취한 북남관계 개선조치들로 인해 북남 사이에 여러 갈래의 대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뭔가 남북 간의 움직임이 있음을 홍보하고 나섰다.
한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체감하기 시작한 북한이 6자회담의 나머지 5개국을 상대로 각개격파에 나서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체제를 와해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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