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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와 전쟁하겠다는 건가?"
사학 신입생 수용결정 불구 한나라, 사학법 장외투쟁 계속
"사학법인 결정은 정부 협박 때문...당노선과는 상관없어"
2006-01-09 10:47:57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난달 27일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여당의 사학법 개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가 신입생 배정 거부 방침을 철회했음에도 불구, 국회에 등원하지 않고 사학법 무효화 장외투쟁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9일 “정부가 공권력을 무기로 사립학교를 협박하고 있다”며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대해 비난하면서 장외투쟁을 더욱 세게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은 사학의 입장 선회가 정부·여당의 압력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의 사학법 재개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표 주재로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신입생 배정을 거부한 사립학교에 대해 청와대가 사학비리 전면조사라는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청와대와 현 정권에서 사립학교에 대해 무슨 전쟁 선포하듯 무슨 계엄령 선포하듯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작태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군사정권에서도 이런 일 없었는데 민주화운동 한 사람들이 군사정권때도 없었던 쉽게 말해 모기 잡기 위해 무시무시한 칼과 도끼 휘두르는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이 최고는 “청와대 교육부 경찰 검찰 전 공권력 동원해 사학비리 특별감사하겠다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탄받을 것”이라며 “우리 투쟁 목표는 대한민국 정체성 지키고 시장경제 지켜 헌법 지키자는 것이지 학생들의 학습권을 뺏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영선 최고위원은 “교육이란 기본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인간 키우는 것인데 학교에서 자율권과 민주주의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연 대한민국 어디에 민주주의가 있겠나”고 반문한 뒤 “교육자 양식을 존중하지 않고 짓밟는다면 사이비 진보이고 새로운 독재”라고 주장했다.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은 사학법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회와 재개정을 요구해온 것”이라며 “사학들의 배정 거부 철회 문제는 우리의 투쟁 노선과는 관련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계진 대변인도 “정부 여당이 사학을 협박하고 윽박질러 급한 불을 껐지만 잔불은 여전하다”며 “가장 근본적이고 간단한 진화 방법은 사학법 재개정 선언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임태희 의원은 “정부의 비리 사학에 대한 검찰 수사 및 합동감사 방침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말을 듣지 않는 기업을 세무조사로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은 “신입생 배정거부는 사학들이 2004년 말부터 법이 통과되면 신입생을 안받겠다고 결의한 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과 연결짓지 말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고위 관계자도 “우리의 장외 투쟁은 사학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위축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의 초강수에 사학 재단이 움찔하며 꼬리를 내리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한나라당의 장외 투쟁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록 철회됐지만 사학의 신입생 배정거부 배후로 자신들이 지목되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당내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따라 한나라당 안에서도 강경했던 사학들이 한발 물러선 것을 계기로 국회 등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투쟁을 해를 넘어서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것도 안으론 박근혜 대표의 강단, 밖으론 사학 재단들의 강경반발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학들도 굴복한 마당에 이제는 투쟁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당내의 소수 목소리도 전과 달리 힘을 얻을 전망이다. 벌써“2월 임시국회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들이 당 안팎에 공공연하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국회에서의 문제 해결을 거듭 주장했고, 박계동 의원도 기자 간담회를 통해 2월 임시 국회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학재단들이 사실상 꼬리를 내림에 따라 한 달을 이어온 한나라당의 투쟁 전선도 전환점을 맞게 됐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11일 수원집회를 시작으로 창원(20일), 춘천(24일), 광주, 청주, 전주 등 지방도시를 돌며 주간 단위의 대규모 장외투쟁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창원집회는 종교단체 집회와 일정이 겹쳐 당초 17일에서 20일로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곧 원내 대표를 새로 뽑으면, 교착 상태에 빠진 사학법 대치 정국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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