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주재 만장일치 채택
北-이란 核문제 우회 지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4일(현지 시간) 모든 유엔 회원국에 대해 핵무기 감축과 핵실험 금지 등 핵 확산 방지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안보리의 15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핵 확산 방지와 군축을 위한 특별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 안보리 정상회의는 1946년 창설된 안보리 역사상 5번째로 열리는 정상회의인 데다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안보리 회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리 순회 의장국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했으며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결의안 채택 직후 “뉴욕 모스크바 베이징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핵미사일 한 기만으로 수십만 명을 죽일 수 있다”며 “우리가 오늘 채택한 결의안은 ‘핵무기가 없는 세상’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위한 조치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채택된 결의안은 핵무기 및 핵물질의 확산 방지와 핵실험 금지를 위한 유엔 회원국의 노력과 핵확산금지조약(NPT)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유엔 회원국들이 핵무기 감축을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 뒤 모든 회원국은 NPT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또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등 NPT에 가입하지 않은 핵보유국들도 핵무기를 감축하는 노력에 즉각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7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를 1500∼1675개로 줄이기로 약속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 핵탄두를 각각 2200, 2787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3일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만료 시한인 올 12월 안에 START-1을 대체할 새로운 협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유엔 안보리 정상들은 또 결의안을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1996년 9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할 것도 촉구했다. 유엔에 따르면 CTBT는 현재 149개국이 비준을 마쳤고 32개국은 서명은 해놓고 비준을 하지 않은 상태다. 결의안은 북한이나 이란 등 특정 국가는 지칭하지 않았지만 ‘핵 확산 방지에 대한 가장 큰 도전들’을 비난하고 안보리가 이미 취한 제재 결의를 재확인함으로써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