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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경 부모들 거리로 나서다
주말 도심지 500여명 모여 인권위까지 가두행진
"폭력시위 추방" "폴리스 라인 준수" 등 눈물로 호소
2006-01-07 19:14:06
◇ 전.의경 부모 500여명은 7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폭력시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데일리안 윤경원
“우리가 평화적 시위의 교과서가 되자”, “법에 따라 집행하는 후배들을 뭐라고 하지 말라”
폭력시위 추방을 위해 7일 가두시위를 벌인 전·의경 부모들과 예비역들의 눈물어린 호소가 국가인권위 앞 도로를 울렸다.
최근 시위 농민의 죽음으로 인해 경찰청장이 사퇴하는 등 경찰이 ‘농민 죽음의 원흉’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서러움과 더 이상의 폭력 시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표출된 것.
귀 끝이 따가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중앙일보 사옥부터 1.2㎞에 이르는 거리를 행진한 이들은 최종 목적지인 인권위 앞에 결집, 그간 억눌러왔던 원망과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포털사이트 ‘전의경 부모의 모임’ 카페 운영자 이정화(50)씨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일 줄은 몰랐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가 가슴 아팠고 한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이제 가슴 아픈 것 알리고 살자. 우리가 나서서 평화적 시위의 교과서가 되자”고 소리쳤다.
예비역 임치형씨는 “시위를 막아본 경우는 있어도 직접 시위를 해본 경우는 처음”이라며 “우리는 원칙대로 할 뿐인데 어딜 가도 우리의 의견을 표출할 데가 없어 답답했다”고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합법적으로 질서가 정착돼 시위를 보호하는 경찰이나 국민이나 모두 잘살기를 바란다. 법과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집행하는 우리 후배들을 뭐라 하지 말라”고 연신 눈물을 찍어냈다.
이 자리에 집결한 부모들도 눈물을 훔치며 박수로 동의의 뜻을 표했으며 몇몇은 “앞으로 시위가 있으면 엄마들이 아들들을 대신해 시위를 막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500여명(경찰추산)의 전·의경 부모들과 예비역들은 ‘우리아들 때리지 마세요’, ‘쇠파이프·죽창시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전·의경 가족 폭력시위 잠 못 이룬다’, ‘시위대만 인권 있나 전의경도 인권 있다’, ‘쇠파이프는 합법이고 진압봉은 불법이냐’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한 시간 가량 행진을 진행했으며, 중간마다 “불법 폭력시위 추방하라”, “우리 아들은 폭력경찰이 아니다”는 등의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수십 명의 예비역들은 현역시절로 돌아가 메가폰과 무전기를 동원해 부모들의 시위를 평화적이고 질서 있게 지휘했고, 부모들은 ‘전의경 부모의 모임’이라고 적힌 노란 띠를 몸에 두르고 불법 시위 추방과 폴리스 라인 준수 등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 전.의경 부모 500여명이 중앙일보사 앞에서 국가인권위까지 행진하고 있다. ⓒ 데일리안 윤경원
이들은 행진에 앞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맞은편 의주로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시위 철퇴와 폴리스 라인 준수 등을 요구했다.
‘전의경동호회’ 한기훈(45) 회장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분위기속에서 집회가 이뤄지고 있다”며 “집회신고 내용을 어기고 불법시위용품을 반입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폭력 집회자들을 비난했다.
그는 “경찰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의 원칙에 따라 집행하고 있으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에 의거해 강제 해산을 시킬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말로만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얘기하지 말고 스스로가 불법행위에 대해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의경 부모모임’카페 운영자 이정화(50)씨는 “아들을 전의경에 보낸 우리 부모들은 TV뉴스 화면을 보기가 두렵다. 뉴스 중에 나오는 시위현장에 혹시라도 아들모습이 비춰질까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 한다”면서 “어디에서 시위가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 부모들은 그 시위가 끝날 때까지 얼마나 마음 졸이고 있는지 모른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민이 준 공권력 국민이 지켜냅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경찰청에 전달했다.
‘전의경우리고운아들들’ 카페 운영자인 김진미(48)씨는 “아들을 전·의경으로 보낸 부모는 시위대와 맞서 진압하는 모습을 울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전·의경은 경찰 대접도 또 군인 대접도 못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또 “전·의경은 군생활을 편하게 하려고 간 곳이 아니다. 우리 전·의경 아들들은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하고 치안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뿐”이라며 폴리스 라인을 지키는 평화시위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이들의 가두시위를 정리하던 김세헌 서울역 지구대 소장은 “오죽하면 전·의경 부모들이 나섰겠나 생각한다”며 “집회는 법과 질서의 원칙에 의거해 이뤄져야 한다. 이 부분을 국민들이 잘 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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