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왜 대화모드로 급선회 했나
"한반도 비핵화 노력 희망" 후진타오 친서 받고 즉답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1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례적으로 회담 내용을 공개했다. 후 주석의 친서 내용은 물론, 김 위원장의 반응도 자세히 언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두 사람이 만난 사실을 간단하게 전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부심해왔다.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7월 초 한국과 미국, 러시아, 일본 등 4개국을 순방하며 각국 입장을 들은 데 이어, 8월 중순엔 최종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도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7월 말 클린턴 국무장관과 만나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했다.
중국의 이런 행보와 달리 북한은 6자회담 무용론을 들고 나와 중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7월 15일 이집트에서 열린 비동맹회의에 참석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주권과 평등에 대한 존중 원칙이 부정되는 곳에서 대화와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 ▲ 김정일, 다이빙궈 中특사 만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이 18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온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왼쪽)과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신화 뉴시스
6자 회담은 중국 입장에서 자국의 경제 개발을 위해 필요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확보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로 간주되고 있다. 반면 북한은 6자회담보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고집했다.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해 왔다. 지난 7월 24일에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해 단둥(丹東) 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밀반입되는 바나듐 70㎏을 압수하기도 했다. 바나듐은 북한 외화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사일 제조에 꼭 필요한 금속이다. 여차하면 북한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석유 등 필수물자 공급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후 주석은 이날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전한 친서에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된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북한이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표현은 온건했지만, 강한 압박이 담겨 있었다.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해 "(우리도) 양자 및 다자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응답한 것은 중국의 분노를 고려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