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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1-07 오후 6:36:25
"시위대는 사람이고 전·의경은 짐승입니까"
written by. 이현오
전·의경 가족 등 500여명, 경찰청사 앞서 인권위까지 평화 행진
"시위대 여러분, 국민여러분! 우리의 사랑하는 전의경 아들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거기 우리 아들들이 돈을 벌러 갔습니까?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고 했습니까?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고 했습니까? 왜 각목과 죽창을 휘두르고 사랑하는 전의경 아들들의 눈을 뺄려고 달려듭니까".
금년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였다는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맞은편에서는 보기 드문 집회가 열렸다. 바로 아들을 전·의경으로 보낸 부모와 친지, 전·의경 예비역 전우들이 모여 벌이는 '폭력시위 반대' 평화집회였다.
▲ 7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맞은편에서 개최된 전의경 부모 및 예비역들이 개최한 폭력시위 근절 평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평화시위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쳐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농민들의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농민 두 사람의 사망과 많은 진압 경찰들의 부상 등으로 허준영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가 사퇴하는 파장으로 이어지자 전·의경 부모들이 모여 폭력시위에 반대하고 평화적 시위문화를 촉구하는 평화행진을 개최한 것이다.
이 날 집회는 사전 '전·의경 부모의 모임' 및 '전·의경 우리 고운 아들들' 카페를 통해 공지가 이루어진 가운데 모든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들 가족들은 이 날 오후 2시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 모여 "오늘 우리 사회에서의 폭력시위는 사라져야 한다" 며 "당국은 어떠한 상황아래서도 폭력시위를 근절하고 평화적 시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평화적 시위가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알려주겠다"면서 경찰청사 앞에서부터 중앙일보 사옥 - 유원빌딩 - 국가인권위원회 앞까지 1.2km 거리 행진에 나섰다.
▲ 경찰청사에서 중앙일보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는 가족들
이들은 평화행진을 하기에 앞서 다음 카페를 통해 이 행사를 준비해온 '전·의경 부모의 모임' 카페 운영자 이 정화씨가 경찰청에 폭력시위를 반대하고 평화적 시위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현수막을 전달한데 이어 행진을 시작했다.
현재 아들이 서울 기동대 일경으로 근무하고 있는 '전·의경 우리 아들들'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미 씨는 행진에 앞서 낭독한 성명에서 "우리 아들들은 출동버스에서 지내는 날이 더 많으며, 인권이 없으니 근무 환경은 열악할 밖에 없다. 어느 비 오는 날 광화문 근처에서 근무를 서는 전경들의 식사시간, 버스 옆에 조그만 천막을 치고 식판에 밥을 담는 모습을 보았다"고 목이 메인 음성으로 낭독을 하며 시위현장에서 다 식어버린 밥을 먹어야 하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을 전달했다.
김진미 씨는 또 "우리 부모들은 나라를 위해 아깝고 귀한 보석 같은 내 새끼를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고 뿌듯하고 든든한 마음으로 2년 동안 나라에 충성하라고 보냈다"고 강조하면서 "평화시위의 틀을 마련하고 우리 고운 아들들의 인권을 찾아줍시다"며 평화적 시위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더 이상 폭력시위를 원하지 않습니다. 평화적 시위문화! 모든 국민이 원하고 있습니다'는 현수막과 '내 아들 인권은 어디로 갔나' '우리 아들 때리지 마세요' '시위대는 사람이고 의경은 짐승이냐' 등의 피켓과 사진자료 등을 들고 침묵 속에 행진을 시작했다.
애인이 현재 의경으로 복무하고 있다는 김재희씨는 "전·의경도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을 보면 시위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사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경찰의 진압하는 장면만을 크게 다루면서 경찰의 진압만을 문제삼으며 불리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녀는 또 "언론에 보도된 동영상 자료들도 경찰청 자료는 별로 없고 농민이 채집한 자료를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 같다. 농민도 정당한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폭력 시위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언론 보도에 볼멘 소리를 내기도 했다.
앞가슴에 'Leon 98' 이란 아이디를 달고 행진에 참석한 한 예비역 의경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시위는 필요하다고 본다. 현역으로 근무시 시위현장에 투입되면 처음에는 조용하게 하는 듯 하다가도 중간에는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하고 "금번 시위간 농민 2명이 사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항상 시위가 끝나고 나면 경찰의 진압만을 탓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것도 잘못이다. 이제는 폭력시위를 뿌리뽑고 평화적 시위가 정착되도록 해야한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또 아들이 의경으로 입대한지 6개월로 안양에서 올라왔다는 익명을 요구한 아버지는 "할 얘기는 참으로 많으나 자식이 현역으로 근무하기에 말을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하면서 "방송으로 시위내용이 보도된 날이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자식을 군에 보내면 부모로서 뿌듯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무슨 나라가 이렇게 부모들의 마음을 안타깝고 애태우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날이면 아들이 전화를 해 오히려 부모를 위로해 더 가슴이 아플따름이다"며 아픈 마음의 일단을 내 비추기도 했다.
또 한 어머니는 "이렇게 시위를 하면 얼마나 좋은가? 시위가 무엇인지 우리가 보여주고 모르면 다시 가르쳐주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인권위 앞까지 행진을 마친 이들은 '불법시위 추방하라' '평화시위 정착하라' '폴리스라인을 지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앞으로 폭력시위가 있는 현장에서 우리 아들들이 진압을 하게 되면 우리 부모들이 아들들을 대신해서 폭력시위를 가로막자"는 주장도 나와 서로가 박수로 화답하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 이정화 대표
이정화 카페 대표는 "그동안 '시위'라는 말을 몰랐던 제 입에서도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시위'가 입에 붙었다"며 "오늘 평화적 행진을 하면서 우리는 인도를 통해 행진했지만 통행하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폭력시위를 선도하는 사람들은 대로를 가로막고 몇시간동안 집회를 하며 교통을 마비 시키는 등 불편을 주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인내가 놀랍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 아들들의 가슴아픈 사연을 알리고 싶다. 평화적 시위는 교과서다"며 이날 행사의 의미를 압축했다.
한편 행사를 준비한 황종배(98년 의경전역)씨는 "오늘 경찰에서 전·의경 인권실태에 대해 부모들을 중심으로 교섭단체를 만들어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는 전달을 받았다면서 "오는 4월에는 다른 행사와 더불어 전·의경들을 찾아 위문하는 행사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집회를 위해 주최측에서는 100여명이 모일 것으로 보고 집회 신고를 냈지만 행사장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500여명이 모여 이번 폭력시위 사태로 부모들의 심정이 어떠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 경찰도 이 집회현장에 최초 3개중대로 편성,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장에는 전·의경의 배치 없이 자체 행사안내요원과 여경중심으로 편성되어 평온하게 행진이 이어졌다. 한편 시민단체 활빈단 홍정식 대표도 이 날 국가 인권위원회 앞에서 '폭력시위 추방하고 비폭력 평화시위 전환을 위한 범국민운동'을 전개하자며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평화행진의 마지막 집결지였던 소공동 국가인권위는 굳게 철망이 내려져 있었다.(Konas)
▲ 이정화 대표가 경찰청을 방문, 근무중인 경찰관에게 현수막을 전달하고 있다.
▲ 다음 카페 ''전의경을 사랑하는 아들들'' 모임의 김진미 대표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행사에 참석한 전의경 부모 및 전의경 예비역 전우회 회원들이 시위진압중 부상당한 경찰 사진등을 들고 평화행진을 하고있다.
이현오 기자 konasn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