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언론 인터뷰… 정치권 반응
"日王 내년 방문한다면한·일 양국 관계거리 완전히 없애"
與주류 "개헌취지 공감" 親朴 "대통령 주도 곤란" 민주 "선거구제 개편은 환영"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연합뉴스와 일본 교도통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국내외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개헌,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 여야관계 등 정치 이슈에 대해 많은 말을 했다.◆정치문제
이 대통령은 이날 통치권력과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 논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원론적인 발언에 그치고 권력구조를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등 어느 방향으로 바꿔야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이 최근 여권에서 군불을 때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론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핵심 참모들에게 "우리 역대 대통령들이 불행했던 것은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으니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고 야당은 대선이 끝나면 다음 대선만 생각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니 정치가 생산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런 자신의 뜻을 지난 8·15 경축사에 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권력구조 개헌론이 자칫 정치권에 민감한 파장을 가져올 것에 경계해 선거횟수 조정 필요성으로 개헌을 암시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치권이 합의하고 국민의 뜻이 여기에 맞는다면 개헌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청와대가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안(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헌이라는 화두를 정치권에 던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 병행 등 정치개혁 방안을 거론하면서 "나는 이것을 초당적인 이해와 국가 발전 전략의 하나로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가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이미 지역적으로 필요성을 느껴서 자발적으로 통합이 이뤄지긴 하지만 나는 법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점을 여야도 공히 느낄 것"이라고 했다.
- ▲ 기능올림픽 선수단 청와대 초청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우승한 우리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지난 6월부터 공식 제기한 중도 실용주의에 대해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 인터뷰에서 똑같은 얘기를 했다"면서 "지금 갑자기 그런 구상을 가진 게 아니라 이미 중도 실용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 때 추진했던) 교통개혁이나 청계천 복원 등이 모두 중도 실용에서 나온 것이다. 임대주택을 만들어서 서민들에게 (분양)한 것도 여야 없이, 진보나 보수 관계없이 지지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관계에 대해 "나는 여야 구분없이 항상 만난다는 전제를 열어두고 있다. 야당이 지금 만날 여건이 아직도 안 돼 있어서 그런 것이지, 나는 항상 열려 있다. 앞으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정치권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개헌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기틀을 만드는 것으로,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미래를 설계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주류 의원들은 "비효율적 정치제도를 바꾸자는 점에서 대통령의 제안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지만, 친박 진영에선 "개헌과 선거구제 문제는 정치권이 주도해야지 대통령이 밀고 나가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개헌엔 소극적이고 선거구제 개편은 적극적이었다. 노영민 대변인은 논평에서 "개헌을 정치권이 주도하면 당파적으로 흐를 수 있다"면서 "시민사회나 전문가 그룹에서 먼저 논의해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개헌문제는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0년 이상 미래를 내다보고 설계해야 할 개헌안을 일정한 틀에 한정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다.
◆한·일관계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정권의 탄생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왕(이 대통령은 천황으로 표현) 방한이 내년 중에라도 이뤄질 수 있으면 양국 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왕이 세계를 다 방문했는데 한국은 방문을 못했다"면서 "나는 일왕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한국을 방문하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방문하느냐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일왕 방문이 양국 관계의 거리를 완전히 없애는, 종지부를 찍는다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 4월 일본 방문 때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만나 방한을 요청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하토야마 정권이 들어와서 한·일관계가 또 한 단계 새롭게 올라갈 수 있는, 양국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하토야마 대표가 (지난 6월 방한했을 당시 청와대에서) 그런 기대를 가질 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