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4대 핵심 각료 임명…
외상(外相)에 내정된 오카다는…
"이젠 아시아시대… 日 제 목소리 내야"
주일미군 재배치 등 현안… 당분간은 큰 변화 없을듯
민주당은 오자와에게 맡겨 '오·하토 쌍두체제' 출범
앞으로 일본을 이끌어갈 핵심 진용이 확정됐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를 정점으로, 간 나오토(菅直人) 국가전략상(부총리)과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내각과 당을 이끌어가는 구조다.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 외교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이 담당한다. 오카다 외상 내정자는 민주당의 대표적 '미국통'으로 분류되지만, '아시아 시대에서 일본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하토야마 내각은 16일 출범한다.◆외교는 '안정적 변화'
- ▲ 미국통 오카다-일본 차기 내각의 4대 핵심 각료 중에서 외상에 내정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이 지난 13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의 포스터가 걸린 당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오카다 내정자는 통산성 관료 시절, 미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수하면서 당시 'Japan as No 1'이란 저서로 명성을 떨치던 에즈라 보겔 교수를 사사(師事)했다. 민주당에서 마에하라 세이지 전 대표와 함께 미국 인맥이 가장 두터운 간부로 분류된다. 하지만 마에하라와 달리 '미국 중심'보다 '균형' 쪽을 강조해 왔다. 지난달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아시아 시대가 될 것이다. 그 시대에 일본이 역할을 하려면 자신의 입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6일 "중국 정부 관계자가 (오카다 외상 내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4일 지난 7월 말 오카다 내정자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말한 내용을 이렇게 보도했다. "(일본) 민주당이 미국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워싱턴에 있다. 그런 인상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민주당이) 모든 문제를 쏟아놓고 해결을 요구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해 가는 것이다."
'모든 문제'란 ▲미·일지위협정 개정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 중단 ▲주일 미군의 재배치 문제 등이다. 민주당은 기존 미·일 간 합의를 당론으로 반대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재론 자체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다.
하토야마 차기 총리는 지난 2일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기점으로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일단 "대등한 미·일 관계"란 기존 주장에서, "미·일 동맹이 기축"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일본 언론은 정부와 민주당이 당분간 외교 문제를 '봉인'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내정은 '혁명적 변화'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운동가 출신인 간 나오토 대표대행을 신설되는 국가전략국 담당상으로 내정한 것이다. 국가전략국은 2001년 자민당 개혁의 사령탑으로 신설된 경제재정자문회의와 성격이 비슷한 향후 민주당 개혁의 사령탑이다.
간 내정자는 '부총리'와 '민주당 정조회장'도 겸임한다. '정조회장'이란 당의 정책과 입법을 입안하는 최고 책임자다. 내각이든, 당이든, '정책' 부분은 간 내정자를 중심으로 관할하겠다는 하토야마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 당을 장악한 오자와 간사장 내정자를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오자와 간사장에게 (내년 참의원) 선거 대책은 물론, 당과 국회 인사권까지 일임해 '권력 분점'을 사실상 용인했다. 일본 언론은 '오하토(小鳩) 쌍두체제'라고 표현한다.
간 내정자는 1996년 연립정권 때 후생상을 지내면서 당시 '관료 정치'와 대립했었다. 이른바 '약해(藥害) 에이즈' 문제에서 관료들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전후(戰後) 일본 정치의 관료 중심 구조에 큰 타격을 입혔다. 민주당 정치 개혁의 기본 방향은 '책임 없는 관료 주도'에서 '책임지는 정치 주도'로 정책 결정 시스템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간 내정자는 이번 선거를 "혁명"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