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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MB ‘가시돋친 중도’를 품다 (동아닷컴)
글쓴이 정용관기자 등록일 2009-09-04
출처 동아닷컴 조회수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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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야 : 정치 2009.9.4(금) 02:56 편집  

 

MB ‘가시돋친 중도’를 품다

 

■ 정운찬 총리 발탁 의미-배경

 

 


화합 통합-중도 실용 상징성
내년 지방선거 충청 교두보 확보
‘심대평’ 무산뒤 정정길 실장 보내
鄭내정자, 2일 수락 의사 밝혀
李대통령 서울시장 재직 시절
“시장 출마하시라” 권유 등 인연
토목공사식 뉴딜엔 쓴소리
MB와 ‘정책 궁합’ 맞을지 주목
 
 

“어렵게 모셨다는 답으로 대신하겠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국무총리 발탁 과정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이렇게만 말했다.

 

 

정 내정자가 평소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언제 왜 그에게 총리직을 제안했는지, 정 내정자는 어떤 경위로 이를 수락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급박했던 이틀

 

 

이 대통령이 적극 검토했던 ‘심대평 카드’가 무산된 것은 지난달 29일이었다고 한다. 심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유선진당을 탈당했다. 총리 인선 작업이 헝클어지면서 호남 출신이 유력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강현욱 전 전북지사와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 등의 이름이 부상했다. 또 다른 쪽에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돌았다. 언론에 전혀 거론되지 않은 2, 3명이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심대평 카드의 대안으로 이미 ‘정운찬 카드’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정 내정자는 그 전에도 총리 후보군에 포함돼 있었지만 충청 출신으론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우선순위에 있었다. 여기엔 몇 가지 고려사항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출렁이는 충청 민심을 다독여야 했다. 특히 세종특별시 문제가 4대강 사업과 예산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인 만큼 이 대통령은 가급적 충청 출신 인사를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화합과 통합, 중도실용과 친(親)서민 국정기조 등을 고려할 때 충청 출신으로 한때 대선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지명도가 있는 데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경제학자 출신인 정 내정자는 꽤 매력 있는 카드였던 것이다. 대학 총장 출신으로 현 정부의 역점과제인 사교육대책 추진에 적임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정 내정자가 평소 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점이 걸림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보내 정 전 총장의 의중을 타진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미션을 받은 정 실장은 1일 저녁 정 내정자를 직접 찾아가 “이 대통령이 단수로 총리를 임명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라를 위해 맡아줄 수 있겠느냐”고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에 관한 의견도 물었으며 정 내정자는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내정자는 강의 문제 등으로 고심했으나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 상황이 책상머리에서 고뇌를 거듭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결심했다고 한다. 김종인 전 의원 등 지인의 조언을 들은 그는 2일 정 실장에게 총리직 수락 의사를 밝혔으며 3일 오전 청와대에 들어가 이 대통령과 1시간가량 면담하고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명박과 정운찬 ‘궁합’ 맞을까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하던 시절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주 친밀하거나 격의 없는 사이는 아니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서울시장 후임으로 정 내정자를 염두에 두고 실제 두어 차례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정 내정자는 이와 관련해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이 전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를 집요하게 권유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이 분이 거칠고 독선적이라고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엔 최측근 참모를 통해 정권인수위원회 참여 등을 타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신저 역할을 했던 이 참모가 구체적인 제안 없이 “이명박 정부를 도와 달라”는 의례적인 말만 했고 이후 양측 간에 별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는 대운하사업에 관해서는 아주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대운하를 반대한다. 대학 등록금을 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2008년 4월 14일 서울대 자연대 주최 청소년 교양 특강)거나 “뉴딜은 제도를 바꾸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둔 것이지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2008년 12월 10일 미국 뉴욕의 한 초청강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적 언급을 공개적으로 한 적은 없다. 정 내정자는 자신의 이념 성향에 대해 평소 “전 굳이 말하자면 중도입니다”(2007년 1월 신동아 인터뷰)라고 했다. 이런 이념 성향은 이 대통령이 내걸고 있는 중도실용과 통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다만 윤증현-진동수-윤진식-강만수로 이어지는 현 경제팀은 재무부 출신 관료그룹으로 교수 출신의 정 내정자와 경제정책에 대한 철학이 다소 다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강학파 수장인 남덕우 전 총리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으로 기용하면서 ‘밖에서 비판 많았으니 안에서 해봐라’고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정 내정자가 ‘대통령을 잘 보필해 강한 경제의 나라, 보다 통합된 나라를 만드는 게 목표다’고 한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