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보도자료

제목 정상회담 논의, 청와대는 왜 부인할까 (조선일보 )
글쓴이 안용현기자 등록일 2009-08-25
출처 조선일보 조회수 1363

다음은 조선일보  http://www.chosun.com 에 있는


기사입니다.

--------------------------------------------------------------------------------------

정치
북한

정상회담 논의, 청와대는 왜 부인할까

 

  • 입력 : 2009.08.25 03:03

 

북(北) 조문단 세차례 언급했지만,
외교안보수석실 "거론된 바 없다"

청와대는 24일 외교안보수석실 명의로 "어제(23일)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조문단 접견에서는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가 있었을 뿐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항은 일절 거론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앞세운 북한 특사조문단은 2박3일의 방한 기간에 표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남북 정상 간 만남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2일 정치권 인사와의 조찬 회동, 22일 오전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간의 고위급 면담, 23일 오전 이 대통령 예방 자리에서였다.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조문단이 이틀 전(22일) 조찬 회동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면 두 정상이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지만, 이것이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인지는 모르겠고 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북한 조문단은 지난 21일 오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회 빈소에 도착한 뒤 '김정일 조화(弔花)'가 먼저 트럭에서 내려 앞장설 때까지 차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김정일이 보낸 조화까지 뒤따를 만큼 절대적 충성을 보이는 최측근들이 김정일 승인 없이 실수로 '두 정상 만남' 얘기를 꺼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정상 만남 필요성은 22일 오전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부장과 대북정책 주무장관인 현인택 장관과의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고위급 면담에서도 거론됐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김 부장이 남북관계를 개선·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남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수뇌(정상)끼리 만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에서 조문단은 청와대 예방을 요구했고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한 끝에 이 대통령을 면담했다. 청와대에서 김기남 비서는 남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남북 최고위급 간의 만남'을 상징하는 표현을 썼고, 참석자들은 이를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이날 면담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만 있었다"는 청와대의 공식 설명에 대해 한 정부 소식통은 "그 같은 일반론을 전하려고 조문단이 청와대 예방을 고집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이 북측의 정상회담 언급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는 이유는 "북한이 엄청 화를 내지 않겠느냐"(정부 고위소식통)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김정일 메시지를 흘려 '반응을 떠보는' 일종의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북한이 생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정리되지 않은 남북 현안들이 정상회담이란 쓰나미에 휩쓸릴 수도 있고, 평화 공세를 펼치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핵심 당국자는 사석(私席)에서 "(김정일 메시지 중에) 정상회담으로 해석할 수 있는 워딩(언급)은 있었지만 딱 부러지는 공식 제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정상 간의 외교 언어라는 게 원래 모호성이 있다"며 "김정일이 첫 메시지에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구체적으로 밝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