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NYT "대북정책 재조정"
키신저의 WP 기고문엔…
"유화정책에 속아선 안돼 핵(核) 폐기정책 폐기말라"
버락 오바마(Obama) 미 행정부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벽한 폐기보다는, 핵기술의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정권의 야망이 수년간 국제사회와의 대치상태를 거친 뒤 얼마나 축소됐는지가 재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김정일과 북한은 "더 이상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공포를 심어줄 수도 없으며, 최근의 핵·미사일 실험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위협은 공허해졌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북한 공군기들은 전쟁을 시작하기는커녕, 장기간 공중에 뜰 만큼의 연료도 부족한 상태"라는 한국 관리들의 말도 전했다.
문제는 북한의 마지막 위협인 핵.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해 보상했지만 합의는 매번 파기됐다. 이와 관련,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이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 때부터 거듭돼온 이 '사이클'을 끊을 때라고 본다고 NYT는 분석했다.
다만 '북한의 정권 교체(부시 행정부)' '서방과의 통합(클린턴 행정부)'과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은 핵기술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오바마 참모들이 점차 가능성이 작아진 '전면전(全面戰)' 대비에서 북한의 마지막 큰 자산인 핵을 '봉쇄'하는 쪽으로 대북(對北)정책의 포커스를 재조정 중이란 것이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의 공식 목표는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다. 누구도 봉쇄가 1차 목표가 됐다고 공식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더 이상 핵개발을 하지 않고, 도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핵무기의 폐기보다는 앞으로의 추가 개발·확산 방지에 포커스를 맞춘 발언이다.
NYT는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고, 현실적인 목표는 김정일이 핵 제조 기술을 수출해 돈을 벌어들이고 권력을 확충하는 능력을 무력화(neutralize)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1874호가 발효된 후, 군수물자 적재 의혹을 빚은 북한 선박 강남 1호를 국제사회를 동원해 회항시킨 것이 대표적인 '봉쇄'의 예라는 것이다.
-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북한이 더 이상 핵개발을 하지 않고, 도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핵무기 폐기보다 앞으로의 핵개발·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춘 발언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9일 오바마 행정부의 현실적인 목표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 기술을 수출해 돈을 벌고 권력을 확충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분석했다./AP연합뉴스
그러나 헨리 키신저(Kissinger) 전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유화 정책에 속지 말고 북한 핵 프로그램의 폐기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는 9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북한이 지난 6개월 동안, 2007년 2월의 6자회담 합의를 위반하며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하고 핵실험을 한 사실을 지적했다. 또 북한이 핵확산 문제를 논의하려는 미국 특사의 방북을 거절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미국이 정책 방향을 바꾸고 미북 양자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무르익고 있다"며 "그러나 6자회담 밖에서 이뤄진 양자 회담은 결코 작동한 적이 없다(never made any sense)"고 경고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개별적인 양자 회담을 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지만,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 특히 일본으로선 이런 약속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으로 인해 다른 '보호조치'를 취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키신저는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보다는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을 위협하기 때문에 6자회담을 벗어난 미북 양자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북한의 의도와 관련, "북한은 당장에라도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우리의 관심을 돌리려는, 매우 잘 확립된 전술을 다시 구사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핵무장을 하느냐, 비핵(非核)국가가 되느냐 사이엔 중간 지점이란 없다"며, "최근까지 (2차 핵실험으로) 협박을 해대던 북한이 만들어낸 '온화한 환경'(클린턴의 방북과 기자 2명 석방)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이 분위기와 본질을 혼동하는 샛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기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다른 어떤 결과도 전 세계의 비확산 전망과 전 지구적인 평화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