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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강제수용소 가는줄 알았는데…문 열자 클린턴이 서 있었다”(동아닷컴)
글쓴이 동아닷컴 등록일 2009-08-07
출처 동아닷컴 조회수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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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9.8.6(목) 02:57 편집

“강제수용소 가는줄 알았는데…문 열자 클린턴이 서 있었다”
 



“끝내주게 멋진 협상팀에 찬사”


5일 미국으로 돌아온 여기자 로라 링 씨(마이크 앞)가 미국 버뱅크의 밥 호프 공항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왼쪽)과 앨 고어 전 부통령(가운데)이라는 ‘끝내주게 멋진(supercool) 팀’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유나 리와 나는 매순간 강제 노역에 처해질 거란 두려움에 떨다 갑자기 어디론가 끌려갔는데 그 문 앞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 있었다”며 놀라웠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버뱅크=EPA ☞ 사진 더보기

■ 석방-귀환 이모저모

비행기 트랩 내려서며 두손 번쩍 들고 고개숙여 인사

 

 


유나 리, 네살 딸과 감격 포옹…한동안 말 못잇고 흐느껴
 
오바마 “매우 안도” 성명
北은 뉴스 반복하며 홍보전
 
 

“모처로 이동한 후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는 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순간 그동안의 악몽이 마침내 끝났음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 140일은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5일 오전 5시 50분(한국시간 5일 오후 9시 50분) 미국 로스앤젤레스 부근 버뱅크의 밥호프 공항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도착한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 씨(32)는 흐느끼면서 이같이 말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한국계인 유나 리 씨(36)는 네 살 난 어린 딸과 미국인 남편을 포옹한 채 한참 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 이들 가족은 한동안 서로 부둥켜안고 흐느낄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미국 대부분의 주요 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클린턴 방북단의 공항 도착 소식을 생중계했다. 이들을 다시 품에 안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가족들은 141일 만의 극적인 상봉에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로라 링 씨 가족으로는 남편 레인 클레이튼 씨와 언니 리사 링 씨 등 6명이 나왔다.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전세기 문이 열리자 유나 리 씨와 로라 링 씨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 명의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랩을 내려선 유나 리 씨는 고개를 크게 숙이면서 인사했고 로라 링 씨는 자유를 되찾았다는 듯 손을 번쩍 치켜들기도 했다. 이들은 가족을 보자 눈물을 터뜨렸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소속된 커런트TV 설립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감격의 포옹을 했다. 마이크를 잡은 로라 링 씨는 “우리는 항상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갈 것을 걱정해야 했지만 이제 내 인생의 악몽은 끝났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방북단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 워싱턴 외교전문가는 “가족 상봉, 특히 어린 딸이 포함된 감정 넘치는 상봉 드라마가 연출돼 ‘북한의 나쁜 행동 보상’이라는 비판이 쉽게 먹혀들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5분 이상 가족 상봉이 진행된 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렸고 환영객들은 큰 박수로 맞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3월 이래 북한에 억류돼온 로라 링, 유나 리 씨가 석방된 데 대해 “대단히 기쁘다”고 5일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밥호프 공항에 도착한 뒤 자신의 뉴욕사무소가 배포한 성명을 통해 두 기자의 그동안의 처지를 ‘긴 시련’으로 지칭하며 “지금 고향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상봉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 이용한 비행기는 미국 국기 표시가 없는 흰 비행기로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 억만장자가 자신의 전용기를 무료로 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5일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으로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들이 무사히 풀려난 데 대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프리카 7개국 순방을 위해 현재 케냐 나이로비를 방문한 클린턴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남편과 통화했다”며 “기자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고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모든 일이 잘됐다. 기자들은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곧 가족과 재회할 생각에 매우 들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신문과 방송 등 매체들은 4일에 이어 5일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소식을 반복 보도하면서 대내외 홍보에 열을 올렸다. 대내용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늘호 노동신문 소개’ 코너에서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5일자 1면에 관련 소식을) 옹근(조금도 축나지 않은) 한 면에 실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3시 58분경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의 조선 방문과 관련한 보도’를 전문 소개했고 조선중앙방송과 대외용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도 5일 매시간 뉴스를 통해 보도를 내보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첫 정규 뉴스 시간인 오전 6시를 비롯해 7시와 10시에, 평양방송은 첫 정규 뉴스 시간인 오전 7시와 8시에 각각 면담 소식을 보도했다.

 

 

○…북한에서 풀려난 유나 리 씨는 올해 36세의 한국 출신 이민자다. 199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 영상예술학교 등을 다닌 뒤 일과 가사를 병행하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설립한 커런트TV에 2005년 편성작가 겸 영상편집자로 합류했다. 이번 북한 국경 취재가 첫 해외 취재였다. 희극배우로 활동 중인 미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네 살 난 딸(한나)이 있으며 부모와 두 자매는 서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라 링 씨는 올해 32세의 중국계 미국인으로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 자랐다.

 

 

이번 북한 취재 전에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취재한 것을 비롯해 스리랑카 이란 등 세계 분쟁지역 곳곳을 다니며 취재를 해왔다. 링 씨의 언니는 2006년 북한 백내장 환자 수술을 위해 방북한 미얀마 안과의사 팀원으로 가장하고 북한에 잠입 취재를 해 ‘인사이드 노스코리아(Inside North Korea)’라는 프로그램(▶본보 2007년 3월 7일자 A5면 참조, 美 내셔널지오그래픽, 北 우상화 실태 잠입 취재)을 만든 리사 링 씨다. 당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방영한 이 프로그램은 북한의 우상 숭배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줘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렀다. 이번 북한 국경 취재에는 이미 북한 잠입 취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언니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출신 투자은행가인 로라 링 씨의 남편은 지난 5개월간 매일 편지를 썼다고 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