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커런트 TV 소속 여기자 2명이 석방되기 까지에는 북한 문제 전문가인 미국 조지아대(UGA) 박한식 교수의 ‘중계 역할’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북한을 40차례 이상 방문하며 북한 전문가로 활동해 온 국제정치학자인 박 교수는 지난 3월17일 두 여기자가 북한 당국에 체포된 뒤 5일 미국에 도착하기까지 2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박 교수는 여기자의 가족은 물론이고 주한미국대사관 및 국무부 등 미 정부 당국자들과 수시로 접촉을 갖고 북한쪽 분위기를 전하면서 여기자들이 안전하게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교수는 우선 3월24일부터 28일까지 평양을 방문, 북한 당국자들과의 면담과정에서 두 기자들이 평양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대우는 잘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억류돼 있던 로라 링 기자의 언니인 리사 링에게 동생의 근황을 전하며 안심시켰다.
억류 기자들에 대한 소식은 북한측이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전화 통화를 가끔 허용하고,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와의 면담을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박 교수의 전언도 몇 안되는 뉴스 통로중의 하나였던 셈이다.
박교수는 이어 두 여기자가 6월8일 적대행위 및 불법입국 등의 죄목으로 노동교화형 12년을 선고받은 지 한달 뒤인 7월4일부터 5일간 평양을 다시 방문, 여기자 석방문제와 관련해 북한 당국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박교수는 평양 방문 직후 서울로 직행,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미국대사 등과의 면담을 통해 미국 정부가 여기자들이 북한에 적대적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Admit), 사과한 뒤(Apologize) 사면(Amnesty)을 요구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소위 ‘3A 조건’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7월10일 타운홀 미팅에서 “두 여기자와 가족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크게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모든 사람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측에 사면을 요청한 것은 박교수가 전한 북한측 요구에 ‘화답’하는 전략적 멘트로 해석될 수 있다.
박 교수는 동시에 두 여기자가 평양의 한 초대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북한이 석방 가능성을 전제로 여기자들을 다루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여기자들이 평양에 있는 동안 문제가 해결되도록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을 미 정부 당국자들에게 강조했다.
또 7월 중순에는 특사후보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의 국제안보담당 자문 변호사등과도 접촉하며 특사 파견을 통한 해결 필요성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교수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기자 문제와 관련해 커런트 TV를 포함해 미국과 북한 정부간 대화를 촉진하고, 상호 이해를 높이는 것을 돕기 위한 역할을 했을 뿐”이라면서 “여기자들이 무사히 석방되어 다행”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