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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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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06 03:05
- ▲ '평양 미션'을 마치고 1박2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5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신화통신·연합뉴스
'김정일 건강·판단력·의중(意中)' 확인
오바마에 보고할 내용에 촉각
워싱턴 DC의 정가(政街)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빌 클린턴(Clinton) 전 대통령이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내놓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1박2일 북한에 머물면서 김 위원장을 2시간 넘게 만나 나눈 얘기들을 담은 '비공식 보고'는 앞으로 버락 오바마(Obama)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조만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돌아오는 기내(機內)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접촉했을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김정일 경험'을 토대로,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에게 직·간접적으로 '북한 다루기'에 대해 조언할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여름부터 건강이상 증세를 보인 후, 김 위원장을 직접 면담한 미국의 첫 고위급 인사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그의 건강 및 판단 능력에 대해 면밀히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은 김정일 사후(死後) 북한의 급변사태 발발에 대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보고 내용은 이런 움직임에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의 핵무장,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1874호에 대한 반응을 직접 청취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선전매체가 '김정일·클린턴' 회동에서 "조미 사이의 현안이 허심탄회하고 깊이 있게 논의됐다"고 밝힘에 따라, 김 위원장이 회동을 주도하며 미북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으로선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매개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철저히 '인도주의적'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미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1차 정보가 부족한 오바마 행정부에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디브리핑(debriefing)은 매우 의미 있는 가치를 지닌다.
일각에선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지난 2000년 10월, 양국이 합의한 미북 공동 코뮤니케에 대해서 상당한 논의를 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두 사람은 2000년 미북 공동 코뮤니케를 계기로 양국 정상회담 전망이 나올 정도로 화해 분위기가 고조됐던 상황을 회고하며, 양국관계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북 공동 코뮤니케는 "양국은 상대방에 대해 적대적 의사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한, 획기적인 합의였다. 미북 공동 코뮤니케의 합의에 따라 북한은 당시 '미사일 모라토리움(유예)'을 선언했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해제하는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공식 보고' 내용은 이번 방북과정에서 그를 수행한 존 포데스타(Podesta)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Straub)를 통해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포데스타는 오바마 행정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진보센터(CAP) 소장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정권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오바마 행정부와 밀착돼 있다. 스트라우브 전 과장은 한국어가 능통하고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Kelly)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함께 방북,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 보유' 발언을 듣고 이를 본부에 직보(直報)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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